'칼 융'에 해당되는 글 3건

  1. 첫사랑은 왜 꼭 실패할까? (2)
  2. 당신의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3. 세상 모든 인간 갈등의 시작 (4)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 말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제가 ’첫사랑은 꼭 실패한다’라고 말하면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첫사랑의 상대와 결혼에 성공한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패하지 않는 첫사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첫사랑은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사랑은 왜 실패할까?

저는 고등학교 때 가수 이승철 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 당시 즐겨듣던 노래는 오래도록 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아직도 가끔 입가에 맴도는 가사가 있습니다.

정말 이상도 하지
깊이 사랑을 하면 꼭 실패해
언제나 준비를 해도
니 앞에 서면 난 실수투성이

이승철 ‘실수투성이’ 中

이 가사를 들으면 첫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첫사랑에 빠진 남자는 상대 여자가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해 보입니다. 거의 ‘여신’과 같은 위치에 상대를 올려놓죠. 그렇게 상대를 위에 놓고 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신은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준비를 해도 실수투성이가 되고 말죠. 이렇게 자신감을 느끼지 못하고 서툴게 다가서다가 첫사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를 ‘완벽한 이성(異性)’으로 여깁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아니마와 아니무스

우리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가운데 다양한 적응방식을 형성하고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65~1961)은 이처럼 자아가 성장하면서 형성하고 소유하게 되는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을 외적 인격-페르조나(Persona, 가면)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관심과 특성을 나타내고 사회적으로도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됩니다. 남성은 남성의 페르조나, 여성은 여성의 페르조나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가는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무의식에는 남성과 여성의 페르조나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내적 인격-마음이 만들어집니다. 무의식은 의식에 대해 ‘상보적 관계’를 갖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무의식에는 여성적 인격이, 여성의 무의식에는 남성적 인격이 내적 인격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융은 이렇게 형성된 남성 속의 여성을 아니마(anima), 여성 속의 남성을 아니무스(animus)라고 불렀습니다.

아니마(anima, 무의식적 여성성)
: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 인류의 역사 속에서 남성이 여성에 관해 체험한 모든 심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아니무스(animus,무의식적 남성성)
: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성이 남성에 관해 체험한 모든 심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남성과 여성의 의식에서 억압된 것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개인적 페르소나에 대응되는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과 원형적 요소를 포괄하고 있다.

1) 개인적 페르소나에 대응되는 아니마-아니무스의 작용 예)

자신의 외적 인격-페르소나와 반대되는 성격의 이성에 끌리는 경우

  • 매우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남자는 조용하고 여성스러운 여자를 좋아함.
  • 내향적이고 조용한 남자는 반대로 잘 웃고 떠들고 활발한 여자를 좋아함.
  • 여성스러운 남자와 남자 같은 성격의 여자가 연인이 되는 경우

2) 아니마, 아니무스의 원형적 요소 예)

남자는 모두 예쁜 여자를 좋아함 <- 인류의 역사 속에서 남성이 여성에 관해 공통으로 체험한 내용 :)

융은 자기실현을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 정신의 전체적 실현을 위해서는 무의식에 자리 잡은 내적 인격인 아니마-아니무스를 의식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사랑의 메커니즘

자기(Self) 전체를 실현하려는 무의식의 근원적 동기는 외적 인격-페르조나에 부족한 것을 보완하여 전체적 실현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러나 내적 인격인 아니마-아니무스를 의식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정식적으로 성숙한 중년 이후에나 가능한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미지 출처 Flickr 'Nino" Eugene La Pia)

자신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때 무의식은 외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합니다. 자신이 아닌 외부의 대상, 이성(異性)에게 자신 안의 아니마-아니무스를 투사합니다.

아니마-아니무스는 남녀 관계에서 이상형의 이미지로 작용합니다.

자신의 외적 인격-페르조나에 부족한 것을 가진 사람,
아니마-아니무스가 만든 이상적인 여성-남성의 이미지를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이상형을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상대에게 강렬하게 끌립니다.

실제로는 상대 여자와 아니마의 투사 이미지가 일치하는 정도가 퍼즐의 한 조각과 같이 극히 일부일지라도, 남자에게는 그 여자가 가장 이상적인 여인, ‘여신(女神)’처럼 보이게 됩니다.

첫눈에 반할 때… 그 남자, 또는 그녀는 자신들의 아니마-아니무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상을 상대방을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오체를 사로잡는 그 힘이 강력하면 강렬할수록 그것은 무의식의 깊은 곳,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과 연계되어 있다. [1]

이성 간의 사랑에서 강렬한 황홀감을 일으킬 때, 그리고 상대방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선녀, 현자 또는 영웅으로 인식될 때, 거기에는 언제나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의 일방적 또는 상호투사가 일어나고 있다. 남성은 그녀에게서 현실적인 여성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무의식에서 투사된 여신상(女神像)을 보고 있는 것이며, 여성은 그에게서 신화에 나오는 영웅상, 성자(聖者)상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2]

첫사랑은 아니마-아니무스를 외부의 대상에게 처음 투사하는 경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사랑에 빠지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상대를 향한 강한 끌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의 실체 대신 남자는 자기 무의식 속의 아니마 상을, 여자는 자기 무의식 속의 아니무스 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첫사랑은 시작할 때부터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첫사랑은 착각이다

첫사랑은 독백과 같습니다. 눈앞의 상대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만든 허상을 앞에 두고 자기 혼자 이야기를 합니다.

실수투성이 노래의 뒷부분을 들어보면, 첫사랑의 이런 ‘독백’적인 특성이 보입니다.

나만 혼자 사랑한 거야
너의 뜻엔 아랑곳없이
사랑했던 이유는 잘 몰라
다만 사랑한 사실만을 알뿐

이승철 ‘실수투성이’ 中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지요. 첫사랑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허상을 보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사귀는 여성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의 무의식의 심혼상(아니마상)을 그녀에게 옮겨 놓고 착각하는 동안은 객체와의 의식된 관계란 없는 것이다. [3]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상대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아니마-아니마의 투사된 이미지를 상대라고 생각하는 ‘착각’ 때문입니다.

착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첫사랑은 ‘착각’이고 그래서 실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첫사랑이 연애로 이어질까요?

서로 ‘착각’을 하면 됩니다.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아니마-아니무스를 투사하고, 자신이 찾던 이상형이라고 '착각'할 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연애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착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연애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 중 한 명의 마음에서 변화가 생깁니다. 자신이 투사한 아니마-아니무스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부분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상대에게서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러다가 결국 상대가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남자,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오고야 맙니다.

'착각'에서 벗어나면서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은 식어버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고 상대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상형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상대의 실체를 사랑하지 못한 본인인데 말이죠.

영화 '봄날은 간다'에 명대사가 있었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던 거죠. 아니마-아니무스의 투사에 의한 끌림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뿐입니다. 그리고 '착각'에서 벗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뒤따랐을 뿐입니다.

착각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

첫사랑과 결혼한 부부야말로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결혼할 때까지도 아니마-아니무스의 투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죠. 연예인 중에 공개 연애를 떠들썩하게 하고, 죽자사자 좋아해서 서둘러 결혼한 부부가 막상 결혼하고 나서 금방 이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눈에 반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푹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아니마-아니무스의 투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투사가 벗겨지고 상대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뒤따르는 후유증은 더 커집니다.

그런데 간혹 첫사랑과 결혼하여 오랜 기간 잘 사는 부부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문제의 양상이 다릅니다.

남편의 무의식에 얌전하고 순종적이며 헌신적인 여성상이 아니마로 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남편은 그것을 자기도 모르게 아내에게 투사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투사한 이미지에 맞춰서 행동합니다. 이렇게 부부 중에서 한쪽이 자신의 아니마-아니무스를 배우자에게 투사하고 그것에 맞춰서 행동하기를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요구할 때, 상대방이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부부의 경우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룰 한결같이 지속하기는 힘듭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기에게 투사하고 있는 아니마 상에 맞추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아내는 더 이상은 남편이 바라는 대로 맞춰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 관계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첫사랑이 실패하는 3가지의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상대의 실체가 아닌, 자신이 투사한 이미지를 보고 시작하는 ‘첫사랑’은 때에 따라 과정은 다르더라도 결국에는 실패로 끝납니다.

실패하지 않는 첫사랑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첫사랑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사랑의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실패에서 배우는 것

아니마-아니무스의 투사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아니마-아니무스의 투사는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연인이나 배우자는 나의 문제를 비춰주는 거울이 됩니다. 연인-배우자가 가진 특성,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통해 나의 외적 인격-페르조나에 결핍된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연인, 배우자는 나를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게끔 이끄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나에게 부족한 측면을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킴으로써 해결하려 하지 않고, 상대를 통해 보완하려는 시도입니다. 자신의 이상형에 딱 맞는 더 나은 사람을 계속해서 찾으려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첫사랑이 실패하면서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아니마-아니무스의 허상도 사라집니다. 그 결과 상대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사랑의 실패가 오히려 진정한 인간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첫사랑과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결혼한 부부나 첫사랑과 결혼 후에 위기를 경험했지만, 다시 관계를 회복시키는 분들은 첫사랑이 끝난 후에 오히려 상대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분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실패를 통해서 사랑이란 내가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상대가 받아들여야 함을 알게 된다. 또한, 사랑이란 내 욕심을 채우고 상대를 자기의 이상상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다시 말해 ‘나’의 자아중심성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이 성공하면 이러한 측면을 보지 못한다. [4]

자신이 상대방의 이상형에 딱 맞는 사람이어서 첫사랑에 빠진 분 계신가요? 상대가 내가 바라는 이상형이라고 느껴져서 첫사랑에 빠지셨죠. 첫사랑은 ‘나’라는 자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아중심적인 행동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라는 자아중심성을 벗어날 때 시작됩니다.

첫사랑의 실패는 자아중심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사랑을 배울 기회를 안겨줍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모두 잡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그 이후에도 계속 자신의 이상형에 맞는 사람을 찾고, 만났다가 실망하고 헤어지고, 다시 또 찾아 헤매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사랑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첫사랑을 계속 반복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도 희미한 첫사랑의 기억을 좇고 있지는 않나요?
아련한 첫사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사랑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로소 상대에게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는 일을 그만둘 수 있으니까요.

인용문 출처

[1] <아니마와 아니무스> p197, 이부영, 한길사
[2] 분석심리학 강의 Ch.5 내적 인격-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김윤주
[3] <아니마와 아니무스> p51, 이부영, 한길사
[4] <아니마와 아니무스> p199, 이부영, 한길사

Social LG전자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마인드와칭 연애심리학' 세 번째 글입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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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페이스북 상에서 교제를 시작한 미국의 커플들을 조사해 연애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1]

페이스북이 공개한 분석 결과를 보면 3개월 동안 연애를 지속한 커플은 전체 중 절반입니다. 연애가 지속된 관계로 발전하느냐의 갈림길이 3개월이라는 것이죠.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3개월을 채 못 넘기고 헤어지는 원인은 뭘까요?

이별의 가장 흔한 이유, 성격차이

연인들이 헤어질 때 그 이유로 꼽는 것 중 가장 흔한 것이 성격차이 입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사귄 연예인 커플이 몇 개월 가지 않아 헤어졌다는 기사를 보면 ‘성격차이로 인한 이별’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정말 성격차이가 그들을 헤어지게 만든 것 일까요? 연애를 할 때 성격차이는 정말 헤어지게 만들 만큼 큰 문제가 되는 걸까요?

연애 초기에는 성격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흔한 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는 동안은 서로의 성격차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그러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 서서히 상대방의 성격과 행동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고, 상대의 단점이 심각하게 다가오지요.

얼핏 생각해 보면 성격이 서로 비슷한 게 취향도 비슷하고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 테니 사귀는 과정에 갈등이 적을 것 같습니다. 성격이 다르면 그만큼 서로 싸우기도 많이 하고 헤어질 확률도 높아지겠죠. 그런데 실제로 주변을 보면 서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잘 사귀고 있는 커플들도 꽤 보이죠. 이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는 성격차이가 정말 연애의 장애물로 이별의 주요 원인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혼한 커플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한 연구

연인들의 성격차이가 클 때 헤어질 확률이 더 높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이러한 가정이 맞다면 반대로 결혼까지 간 커플들은 서로 성격이 비슷해야겠지요?

결혼한 커플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MBTI 성격유형검사를 개발한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쓴 “성격의 재발견” 책을 보면 미국에서 실제 결혼한 커플 375쌍을 대상으로 MBTI 성격유형 검사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2]

MBTI 성격유형 검사는 4가지 척도로 성격을 분류합니다.

E(외향적)-I(내향적), S(감각적)-N(직관적), T(사고적)-F(감정적), J(판단, 계획적)-P(인식, 유연적)중 각 개인의 선호지표를 알파벳으로 표시합니다. (예 : ISTJ)

그러므로 MBTI의 성격유형은 16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4가지 선호 모두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9%
3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35%
2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33%
1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19%
4가지 선호 모두에서 비슷함을 보이지 않은 커플의 비율        4%

위 결과를 보면 MBTI 성격유형의 척도가 2가지, 3가지 일치하는 커플의 비율이 각각 33%, 35%로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가지만 일치하거나 모두 일치하지 않는 커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요. 이 결과를 보면 남녀의 성격차이가 클 경우 결혼을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혼한 후는 어떨까요. 결혼한 지 3년 이상이며 55세 이하인 서울 및 경기지역의 부부 211쌍을 대상으로 MBTI 성격유형과 부부간 의사소통 및 결혼만족도를 조사하여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3]

논문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부간 성격유형의 동일 및 일치가 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와 정적인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MBTI 성격유형이 유사한 부부들이 유사하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의사소통이 더 원활하고 결혼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더 있는데요. 정신과 의사들과 결혼 상담원들에게 자신들이 만난 결혼한 부부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해 물었더니, 그분들은 성격유형이 너무나 다른 커플들을 더 많이 만난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성격 유형이 다를 때 부부간의 갈등이 더 많이 생기고 정신과 의사나 결혼 상담원을 더 많이 찾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연애와 결혼은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성격이 비슷하면 문제가 없을까?

저와 아내는 MBTI 유형이 INTJ, INTP로 MBTI의 척도 중 3가지가 일치합니다. 마이어스 브릭스(Myers Briggs)의 연구 결과에서 결혼 커플 중 3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분류에 속합니다. 서로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MBTI 성격 유형에서 J, P 하나만 다른데도 실제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J(판단, 계획적) 성격인 저는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우고 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약속이 있으면 미리 준비해서 여유 있게 약속 장소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P(인식, 유연적)유형인 아내는 항상 때가 임박해서야 준비를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 약속에 늦게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오든지 뭘 빠뜨리고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약속 시각에 늦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 아내가 참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참 많았습니다.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막상 살아보면 이런 식으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성격이 완전히 똑같으면 문제가 없을까요? MBTI 의 4가지 척도가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렇게 만나더라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MBTI의 4가지 척도에는 점수가 있는데, 그 성향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나타냅니다. 성격 분류 유형이 같을 수는 있어도 그 성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똑같은 J 유형이 만나도 좀 더 강한 J 성향의 사람에게는 상대방은 P 유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남녀의 관계에서 성격 차이는 항상 존재하고, 성격차이로 인한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칼 융이 심리유형론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

MBTI 성격유형 검사는 칼 융의 심리유형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 MBTI 검사가 성격 유형에 따른 강점/약점 파악, 성격에 맞는 직업을 찾는 등의 진로 탐색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심리유형론에서 칼 융이 강조했던 것은 그런 쪽이 아니었습니다.

융은 프로이트와의 갈등 경험 후에 인간의 성격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20여 년간 연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나온 이론이 “심리유형론(MBTI검사의 토대가 되는 이론)” 이다. 심리유형론의 요지는 “인간의 고통과 갈등은 ‘서로 같다’ 또는 ‘서로 같아야 한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는 점이다. 융의 심리유형론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유형이 존재하며, 이런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만남 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융의 생애와 분석심리학 이론, 김윤주>에서 인용

융은 심리유형론에서 모든 인간 관계의 갈등이 ‘서로 같아야 한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성격 차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나의 기준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기대가 문제라는 것이죠.

연애와 결혼에서 성격차이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문제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에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막연히 ‘필’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다면서 불확실한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과연 나는 나와 다른 성격의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무리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국에는 작은 성격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 성격에 딱 맞는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관계를 지속시키는 비결입니다.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4가지 조언 

1.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만나라. 단, 그 전에 자신의 성격부터 파악하라.

MBTI 성격 유사성과 결혼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질 때 좀 더 서로를 이해하기 쉽고,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인지 알려면 먼저 내가 어떤 성격인지 알아야겠죠. ‘나’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성공적인 연애의 시작입니다. MBTI 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유형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나의 ‘깜냥’을 확인한다.

성격 차이가 큰 사람과 연애를 하지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그런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지가 중요한 거죠. 평소에 나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동성 친구나 회사 동료와 잘 지낼 수 있는지 스스로를 체크해 보세요.

3.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아무리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나의 기대대로 하기만을 바란다면 작은 성격차이도 갈등을 일으킵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좀 더 포용할 수 있는 성품을 키우세요. 내가 갖지 않은 것,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연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깊어질 것입니다.

4. ‘난 원래 그래’ 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라.

상대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인다고 해서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그냥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로가 다른 성장환경, 성격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고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냐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사람, 갈등 상황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참고 문헌
[1] Flings or Lifetimes? The Duration of Facebook Relationships
[2] 성격의 재발견 : 마이어스 브릭스(Myers-Briggs) 성격유형 탐구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저/정명진 역 | 부글북스 | 원제 : Gifts Differing: Understanding Personality Type
[3] 부부의 MBTI 성격유형의 유사성과 의사소통 및 결혼만족도의 관계, 이선희, 학위논문(석사)– 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상담학과 2000. 8

** Social LG전자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마인드와칭 연애심리학' 첫 번째 글입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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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1875-1961



융은 프로이트와의 갈등경험 후에 인간의 성격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20~30년간 연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나온 이론이 "심리유형론 (MBTI검사의 토대가 되는 이론)" 이다. 심리유형론의 요지는 "인간의 고통과 갈등은 '서로 같다' 또는 '서로 같아야 한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는 점이다. 융의 심리유형론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유형이 존재하며, 이런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from 융의 생애와 분석심리학 이론

 

  요즘 심리학의 기초 서적들을 읽으면서 기대보다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왠만한 자기계발서들보다 심리학 책들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서점에 베스트셀러라고 깔려있는 '심리학'이라는 단어만 제목에 달아놓은 책들 말고, 진짜 심리학 이론서들 말입니다. 칼 융의 생애에 대한 글에서 발췌한 위의 인용글도 짧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던져줍니다. 
 
  우
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의 근원을 살펴보면 서로간에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는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남들의 행동을 바꾸려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진보와 보수진영간의 갈등....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죠.
세상 모든 갈등의 시작은 남과 자기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됩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간에서 이런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 자녀니까, 내 부모니까, 내 친구니까 나와 생각이 동일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융에 따르면 그런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심리적 유형이 다를 수 있고, 이 점을 이해해야 진정한 의사소통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기질평가, MBTI 검사, 애니어그램 등 사람의 기질, 성격 유형을 분석하는 툴을 통해 사람들을 여러 가지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마다의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다를 수 있으니, 자기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마음자세를 항상 잊지 않는 것이 진정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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