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3건

  1. 책 읽기, 필사, 인용이 글쓰기 향상과 상관이 없을까?
  2. '쓰는 사람'의 비밀, 메모 (5)
  3.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이 효과가 없는 이유 - 김연수 산문 <소설가의 일> (8)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이라는 글을 ㅍㅍㅅㅅ 에서 보았습니다. (원문 링크 http://ppss.kr/archives/74642)

이 글에서는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으로 ‘책 읽기’, ‘필사’, ‘인용’을 꼽고 있습니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권장하는 활동이지요. 그런데 글을 쓴 김재성 님은 이 3가지 활동이 글 쓰는 실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책 읽기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많은 사람이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쓴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글쓰기와 직결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영어에서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하면 어느 정도 스피킹에 도움이 되지만,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스피킹을 잘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읽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글 읽기’는 글의 주제를 다채롭게 해줄 수는 있지만 글 자체를 잘 쓰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글에 담긴 생각이 훌륭하고, 그 생각을 문장으로 잘 표현하는 게 글을 잘 쓰는 것이겠죠. 형식(문장)과 내용(생각)이 모두 훌륭해야 좋은 글입니다. 글의 형식, 문장만 훌륭하다고 좋은 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생각은 어떻게 나올까요?

몽테뉴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다양한 내용을 읽는 것이 나의 생각하는 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 몽테뉴

책 읽기는 ’글의 주제를 다채롭게 해줄 수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생각을 자극해 글의 내용(생각) 자체를 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책 읽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글에 담는 내용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요.

김재성 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쓰자, 무조건 많이 쓰자’

맞는 말입니다. 글쓰기는 써야 느니까요. 하지만 생각의 질을 높이지 않고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올까요? ’책 읽기’가 글쓰기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글쓰기를 문장을 만드는 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잘 쓰는 것만으로 좋은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글에 담을만한, 가치있는 생각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생각의 질을 높이는데 책 읽기는 없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작가들이 책을 쓸 때 수십, 수백 권의 참고 도서를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필사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필사를 많이 하면 글 실력이 늘리라는 것 역시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다. 필사라는 것은 분명히 ‘쓰는’ 활동이지만, 사실상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읽기’와 아무것도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한다면, 그냥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읽는’ 활동일 뿐이다.

따라서 1번과 마찬가지로 인풋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사가 글 실력을 늘려준다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물론 필사하면서 다양한 글을 읽게 되고 다양한 표현들을 ‘보게’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당신의 머리를 거쳐 당신의 손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 이상, 그저 필사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책 읽기’에 그칠 뿐이다.

필사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많습니다.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건 필사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필사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사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로 처음 입사를 하면 신입사원 수습 기간에 선배 기자들의 기사를 필사하면서 기사 쓰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모범이 되는 기사를 필사하면서 글의 구조, 문장의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공부하는 것이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베끼기만 하는 필사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문장을 관찰하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하는 필사는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대표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제대로 될 수 있다.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런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글쓰기 달인이자 국어교사인 스즈키 신이치는 『쓰는 힘은 읽는 힘』(위즈덤하우스)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일 년에 수백 권을 읽는 다독가라도 막상 자신의 글을 쓰는 데 서툰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똑같이 책을 읽어도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읽기의 차이가 글쓰기의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끝까지 읽는 습관이 언어의 감각을 키운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올바른 읽기법이란 끝까지 읽으면서 글쓰기의 기본인 문장의 원리를 제대로 익히고, 문장의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특별한 연습 없이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비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블로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읽기의 차이가 글쓰기의 차이를 만든다”

http://m.blog.naver.com/khhan21/220353159089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문장을 끝까지 읽는 습관이 언어의 감각을 키워주고, 글쓰기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책의 문장을 끝까지 읽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필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필사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하니까요.

조선 시대의 실학자이며 <여유당전서>를 쓴 다산 정약용이 엄청난 저작을 남긴 것은 그의 특별한 독서 방법 덕분이었습니다.

정약용의 독서 방법

  • 정독 : 정성 들여 자세히 읽는 것
  • 질서 : 읽으면서 생각을 메모하는 것
  • 초서 : 책 구절 옮겨 적기

정약용의 독서방법은 세 종류다. 정독, 질서, 초서다. 하나씩 보자. 먼저 정독은 뜻을 새겨가며 정성 들여 자세히 읽는 것이다. 질서는 읽으면서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생각들이 달아나기 전에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다. 묘계질서의 준말로 묘계는 번쩍하면서 깨닫는 것을 말한다. 가장 중요하며 다산 스타일 독서의 핵심은 초서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베껴 쓰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좋다고 무작정 베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베끼는 것이다.


<차라리 죽지 그래> 남정욱 저, p203

정약용의 독서 방법 중 초서는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부분만 ‘필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초서’를 통해 모아둔 자료와 읽으면서 생각을 메모하는 ‘질서’를 통해 정약용은 글을 썼습니다. 제가 <메모 습관의 힘>에서 소개한 ‘메모 리딩’이 바로 초서와 질서의 결합이고요.

필사는 단순히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필사’는 글의 구조, 문장 표현을 익히는 과정이며 글쓰기의 재료를 수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용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멋있는 말이나 명언 등을 여러 개 매일매일 모으는 것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데 영어 단어만 열심히 외우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그 ‘인용’을 통해서 당신이 느끼는 것이 ‘멋있다’ ‘반성해야겠다’ ‘공감한다’ 정도라면, 이는 당신이 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느낀 점을 ‘집이 최고’라는 수준으로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달리는 ‘좋아요’와 당신의 댓글이 무슨 차별점이 있는가? 인용은 분명 글을 맛깔나게 만들어가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인용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실력도 발전할 수 없다.

‘인용’도 ‘필사’와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글쓴이의 말대로 단지 문장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멋진 문장이나 명언을 노트에 옮겨 적거나 페이스북에 인용하는데 그치지 말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문장에 담긴 의미를 깊이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움의 시작은 읽기에 있지만, 그 절정은 묵상에 있다.”

  • 후고 Hugues de Saint Victor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책에는 인용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책 자체가 여러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책의 왼쪽 페이지에 인용하고, 오른쪽 페이지에 그 문장을 실마리로 쓴 작가의 글을 실은 구성입니다.

은유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내가 모은 빛나는 문장들처럼 ‘놀랄 만한’ 문장이 내 글에도 한두 개쯤 박혀 있길 욕망했다. 아니, 그래야 글이었다.

“저는 늘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관중석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 에서 본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글 쓰는 자세를 고쳐 주었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라는 니체의 말은 ‘나는 너무 뒤처진 게 아닐까’ 비관하는 늦깍이 작가에게 자기만의 보폭으로 길을 가도록,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글을 쓰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니체의 문장이라는 연료를 넣은 덕분에 나의 글쓰기는 휘청일지언정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문장을 ‘인용’하는 것만으로 문장을 만드는 기술이 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문장을 ‘인용’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글 쓰는 사람의 내면이 만들어집니다. ‘인용’한 문장이 생각을 자극하여 글의 소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책이 바로 그 증거죠.

책 읽기, 필사, 인용 -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하라

책 읽기, 필사, 인용은 글쓰기 향상과 상관이 있습니다.
글쓰기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다만, 제대로 할 때만 그렇습니다.

건성건성 책을 읽고, 아무 생각 없이 글자를 베껴 쓰고, 멋있어 보이는 문장을 생각 없이 인용하면 당연히 글쓰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생각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책을 깊이 읽어야 합니다.

글의 구조와 표현을 눈여겨보며 문장을 음미하면서 필사를 해야 합니다.

문장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를 숙고하고, 삶과 글에 연결해야 합니다.

책 읽기, 필사, 인용을 꾸준히 하면 반드시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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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믿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소설가, 시인, 기자 같이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글을 쓰는 거라 생각했다. 글쓰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그 생각이 흔들렸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는 글 중에는 글쓰기와 상관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글이 많았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글쓰기는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었다.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글을 쓰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실제로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다. 키보드 앞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뭘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한 문단을 채 쓰지 못하고 편집기 창을 닫아버리기 일쑤였다. 누구나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쓰지 않던 사람이 그 ‘누구나’에 포함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어떻게 해야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은 뭐가 다를까?’ 어떤 차이가 글 쓰는 사람을 만드는지가 궁금했다.

‘쓰는 사람’이 되는 방법의 실마리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메모’였다. 몇 년 전 나는 개인적인 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노트를 장만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독서 메모를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줄을 쳤던 문장을 노트에 옮겨 쓰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다. 외부 강연이나 세미나를 들을 때도 노트에 부지런히 메모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도 바로바로 노트에 적었다. 버스나 지하철처럼 노트를 펼쳐 쓰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스마트폰 앱에 메모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 앱에 남긴 메모들. 작은 메모들이 모여 나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메모를 일 년 넘게 하면서부터 신기한 일이 생겼다.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노트에 쓴 메모들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꾸준히 메모해 놓았더니 소재가 없어 글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졌다. 노트에 메모 된 다양한 정보와 생각들을 결합해서 글을 쓰다 보니 글의 품질도 좋아졌다. 블로그에 쓴 글이 포털 다음의 메인 화면에 종종 소개되었고, 페이스북을 통해 글이 널리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었다. 단지 메모를 꾸준히 했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메모는 어떻게 글을 쓰지 않던 사람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까?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축적된 생각의 양에 있다. 글은 축적된 생각에서 나오고, 생각의 수집을 도와주는 도구가 바로 메모다. 글쓰기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문장을 올바르게 고치는 방법을 배운다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것도 아니다. 문장력을 키우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나만의 생각을 모으는 일이다. 내 안에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차올라야 한다. 나만의 생각이 충분히 축적되고 나서야 비로소 글이 나온다. 메모로 내 생각과 경험을 붙잡아 수집해둬야 글쓰기에 사용할 수 있다.

노트에 생각을 수집하자. 노트에 축적된 생각이 글로 변한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글쓰기에 독서가 왜 필요한가? 본보기가 되는 문장을 많이 읽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독서가 필요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독서가 생각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외부자극에 나 자신이 반응하여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 생각을 메모해두면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그 다양한 내용을 읽는 것이 나의 생각하는 능력을 자극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1] 그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책의 여백에 메모했다. <수상록>에 실린 글들은 책에 적은 메모로부터 나왔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이며 <여유당전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은 초서(抄書)와 질서(疾書)를 중시했다. 초서는 책의 문장을 옮겨 적는 것이고, 질서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것이다. 초서와 질서를 통해 정약용은 엄청난 분량의 저술을 남길 수 있었다. 문인 장석주도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했다가 책을 쓴다고 말한다. “매일 다섯 시간씩 책을 읽는데, 그때마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메모하죠. 그러다가 출판사 제안서가 오면 그때 계약해요.”[2] 메모는 ’쓰는 사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생각을 수집하기 위해 메모를 해왔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생각을 수집하는 일부터 해보자. 일상생활에서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노트에 메모하자.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에 메모해 보자. 노트에 생각이 가득 차서 넘칠 때가 되면 자연스레 글이 쓰고 싶어질 것이다. 메모가 ‘쓰는 사람’을 만든다.

인용 출처
[1] <위로하는 정신> 슈테판 츠바이크 저, 유유, 108쪽
[2] <명사들의 문장강화> 한정원 저, 나무의 철학, 249쪽

** 인문 포털 인문360 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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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조언 41개’
‘스티븐 킹의 창의적인 글쓰기 팁 10가지’
’글쓰기의 대가들로부터 배우는 5가지 글쓰기 팁’
‘좋은 글을 쓰기 위한 4가지 조언’

최근 몇 달 동안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글이 눈에 많이 띈다. 큐레이션 사이트들에도 글쓰기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트래픽을 쫓는 큐레이션 사이트에 글쓰기에 관한 글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다. 글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정말 저런 조언들을 읽고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소설가가 되는 법

‘이렇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라고 알려주는 글을 나는 참 많이 읽었다. 글쓰기 방법에 관한 글이라면 일단 스크랩을 해두곤 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눈에 띌 때마다 읽어왔지만, 나의 글쓰기 수준은 좀처럼 변화가 없다. 대체 왜 그런 걸까? 글쓰기에 관한 글들이 다 가짜여서 그럴까?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에서 나는 그 해답을 찾았다.

재능이라는 소설기계는 소설을 만들지 않는다. 소설기계 역시 소설가의 죄책감이나 꺼림칙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기계다.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죄책감이 없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p23)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 (p104)

나는 소설가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타고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 못한다고 당연하게 결론 지었다. 소설이 아닌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위한 타고난 재능이 나에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글을 잘 쓰는 방법 O가지’류의 글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니 대가들의 조언에서 뭔가를 배워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재능이 있어야 소설가가 되어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조언의 글이 효과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소비하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열심히 찾아 읽으면서 정작 글을 쓰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p19)

글을 못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키보드 자판을 앞에 두고 버틴 시간이 나에게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의 소설 쓰기 11계명

김연수 작가는 재능에 대해서는 그만 떠들라면서 헨리 밀러의 11계명을 소개한다. 헨리 밀러가 1932년 자신의 첫 소설인 <북회귀선>을 쓰면서 창안한 11계명이다.

헨리 밀러의 소설 쓰기 11계명

  1. 한 번에 하나씩 일해서 끝까지 쓰라.

  2.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검은 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마라. (검은 봄은 헨리 밀러의 두 번째 소설)

  3. 안달복달하지 마라. 지금 손에 잡은 게 무엇이든지 침착하게, 기쁘게, 저돌적으로 일하라.

  4.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서 작업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써라!

  5. 새로 뭘 만들지 못할 때도 일은 할 수 있다.

  6. 새 비료를 뿌리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7. 늘 인간답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곳에 다니고, 내킨다면 술도 마셔라.

  8. 짐수레 말이 되지 마라! 일할 때는 오직 즐거움 만이 느껴져야 한다.

  9. 그러고 싶다면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몰입하라. 점점 좁혀라. 거부하라

  10. 쓰고 싶은 책들을 잊어라. 지금 쓰고 있는 책만을 생각하라.

  11.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 다음에.

글쓰기는 다른 욕구와의 싸움이다. 헨리 밀러 같은 작가도 첫 번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11계명이 필요했다.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면 내 인생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높이자.

다른 일의 비중을 줄이고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리자. 다른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글쓰기도 잘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에만 집중하자.

생각하지 말자. 일단 쓰자.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을 읽어도 나의 글쓰기 실력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글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말들이 소용이 없을 뿐이다.

어떤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다.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실제 문자로 써보기 전까지는 어떤 구상이나 생각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무리 멋진 소재를 안다고 해도,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험을 경험했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는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해도, 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각하지 말자. 구상하지 말자. 플롯을 짜지 말자. 캐릭터를 만들지 말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자. (p199)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을 쓰자. 일단 쓰자.
쓰고나서 생각하자. 그리고 고쳐 쓰자.

* 본 글의 인용문은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S. 위 글에서는 <소설가의 일> 책의 일부분만 인용했는데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소개를 드립니다.

  • 김연수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는지
  • 일단 쓴 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 소설의 플롯,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는지
  • 소설의 문장은 다른 글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의 문장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독자가 소설 속 주인공을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 소설의 본질은 무엇인지

소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설의 문장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론을 딱딱하게 다룬 책은 아니고요. 김연수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다양하게 들어 있고, 글에 유머도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는 책에 제가 줄 친 부분이 많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판단하는데, <소설가의 일>은 줄쳐진 페이지가 너무 많네요. 이 책 하나만 가지고도 블로그 글 여러 편 쓸 수 있겠어요. 소설이나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할만한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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