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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그렇게 동성애자를 싫어할까?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인권 감수성이 올라가면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며, 일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동성애 혐오 발언을 공유하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법률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왜 그렇게 동성애자를 싫어할까?

동성애를 혐오하는 집단은 다양하며, 각각의 집단마다 서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남자들이 가진 동성애 혐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책에서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의 동성애 혐오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2장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

  • 남자 집단에서 동성애 혐오가 어떻게 발생하는가?
  • 동성애 혐오는 여성 혐오와 어떤 관계가 있나?

호모소셜이 호모섹슈얼을 혐오하는 이유

남성 간 성애를 호모섹슈얼(homosexual), 동성애라 부른다. 그러면 성적이지 않은 남성 간 유대는 뭐라 부를까? 이브 세지윅(Eve Sedgwick)은 성적이지 않은 남성 간 유대를 호모소셜(homosocial)이라 칭하며 호모섹슈얼과 구별한다.

호모소셜은 성적 주체(로서 서로가 인정한 사이) 간의 연대이다. 이성애 질서 아래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여자(성적 개체)를 소유하는’ 성적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페니스를 ‘삽입하는 이’가 성적 주체라면, ‘삽입 당하는 이’는 성적 객체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남자가 호모소셜 집단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적 주체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화 되는 것, 성적 주체의 위치로부터 성적 개체의 위치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 속에 같은 남자를 성적인 상대로 바라보는 호모섹슈얼(동성애자)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호모소셜 내의 남자들은 동성애자에 의해 자신이 성적 객체, 즉 ‘삽입 당하는 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삽입 당하는 이’가 된다면 성적 주체의 위치를 잃게 되고 호모소셜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성적 주체 간에 서로를 객체화하는 성적 시선은 위험한 것이 되어 금기시되고 억압되고 배제된다. 세지윅은 호모섹슈얼이 호모소셜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이러한 배제가 더욱 엄격하고 강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 혐오)는 성적 객체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생겨나며, 성적 주체로서 남성 집단이 가진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여자들보다 남자들 집단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다. 아래 그래프는 이웃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을 조사한 것이다. 여자들은 이웃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으로 범죄자를 가장 많이 선택했는데, 남자들은 범죄자보다도 동성애자가 이웃이 되는 것이 더 싫다고 응답한 것을 보라.

(출처 : Exploring Homophobia in Georgia : Part 2)

동성애에 대한 나라별 설문조사 결과를 보아도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동성애를 더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The Global Divide on Homosexuality)

유난히 동성애 혐오가 심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그런데 남자들이라고 모두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대놓고 반대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남자 중에서 동성애 혐오가 유난히 더 심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하지만 왜 그토록 열성적으로 동성애자를 미워하는 것일까? 그가 혐오하는 것은,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비밀스러운 두려움의 일면을 동성애자에게서 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자연스러운 약간의 동성애적 성향을 몹시 불쾌히 여기며 밖으로 투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동성애적 성향을 혐오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그런 성향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 <무경계> 켄 윌버, p164

이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동성애적 성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남성성을 잃어버리는 것(성적 객체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자신이 가진 그 약간의 동성애적 성향을 억압하고 혐오하게 되면,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가진 동성애적 성향을 극도로 혐오하게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내가 싫어하는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때이다. 내가 보기 싫은 나의 일면을 그 사람이 끊임없이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내가 괴로운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

우에노 지즈코는 동성애 혐오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파헤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모소셜한 남자가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확인 위해 이용하는 장치가 바로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는 것이다. 여성의 성적 객체화를 서로 승인함으로써 성적 주체간 상호 승인과 연대가 성립하게 된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가 바로 ‘여성 혐오’이다.

서로를 남성으로 인정한 이들의 연대는 남성이 되지 못한 이들(동성애자)과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화함으로써 성립한다.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성적 주체로서 자기들만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남성 집단이 벌이는 차별과 배제의 다른 양상인 것이다.

동성애 혐오는 나와 무관하지 않다

내 안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살펴보자. 억압되고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내 성격의 일부분이 동성애 혐오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사회에 만연하는 동성애 혐오에 무관심하지 말자. 동성애 혐오는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동성애 혐오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여성 혐오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여성 혐오가 존재하는 사회는 여성과 남성,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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