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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연애심리학

당신의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by 지평(地平) 2014. 3. 25.

페이스북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페이스북 상에서 교제를 시작한 미국의 커플들을 조사해 연애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1]

페이스북이 공개한 분석 결과를 보면 3개월 동안 연애를 지속한 커플은 전체 중 절반입니다. 연애가 지속된 관계로 발전하느냐의 갈림길이 3개월이라는 것이죠.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3개월을 채 못 넘기고 헤어지는 원인은 뭘까요?

이별의 가장 흔한 이유, 성격차이

연인들이 헤어질 때 그 이유로 꼽는 것 중 가장 흔한 것이 성격차이 입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사귄 연예인 커플이 몇 개월 가지 않아 헤어졌다는 기사를 보면 ‘성격차이로 인한 이별’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정말 성격차이가 그들을 헤어지게 만든 것 일까요? 연애를 할 때 성격차이는 정말 헤어지게 만들 만큼 큰 문제가 되는 걸까요?

연애 초기에는 성격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흔한 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는 동안은 서로의 성격차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그러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 서서히 상대방의 성격과 행동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고, 상대의 단점이 심각하게 다가오지요.

얼핏 생각해 보면 성격이 서로 비슷한 게 취향도 비슷하고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 테니 사귀는 과정에 갈등이 적을 것 같습니다. 성격이 다르면 그만큼 서로 싸우기도 많이 하고 헤어질 확률도 높아지겠죠. 그런데 실제로 주변을 보면 서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잘 사귀고 있는 커플들도 꽤 보이죠. 이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는 성격차이가 정말 연애의 장애물로 이별의 주요 원인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혼한 커플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한 연구

연인들의 성격차이가 클 때 헤어질 확률이 더 높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이러한 가정이 맞다면 반대로 결혼까지 간 커플들은 서로 성격이 비슷해야겠지요?

결혼한 커플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MBTI 성격유형검사를 개발한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쓴 “성격의 재발견” 책을 보면 미국에서 실제 결혼한 커플 375쌍을 대상으로 MBTI 성격유형 검사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2]

MBTI 성격유형 검사는 4가지 척도로 성격을 분류합니다.

E(외향적)-I(내향적), S(감각적)-N(직관적), T(사고적)-F(감정적), J(판단, 계획적)-P(인식, 유연적)중 각 개인의 선호지표를 알파벳으로 표시합니다. (예 : ISTJ)

그러므로 MBTI의 성격유형은 16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4가지 선호 모두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9%
3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35%
2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33%
1가지 선호에서 비슷함을 보인 커플의 비율                       19%
4가지 선호 모두에서 비슷함을 보이지 않은 커플의 비율        4%

위 결과를 보면 MBTI 성격유형의 척도가 2가지, 3가지 일치하는 커플의 비율이 각각 33%, 35%로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가지만 일치하거나 모두 일치하지 않는 커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요. 이 결과를 보면 남녀의 성격차이가 클 경우 결혼을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혼한 후는 어떨까요. 결혼한 지 3년 이상이며 55세 이하인 서울 및 경기지역의 부부 211쌍을 대상으로 MBTI 성격유형과 부부간 의사소통 및 결혼만족도를 조사하여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3]

논문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부간 성격유형의 동일 및 일치가 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와 정적인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MBTI 성격유형이 유사한 부부들이 유사하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의사소통이 더 원활하고 결혼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더 있는데요. 정신과 의사들과 결혼 상담원들에게 자신들이 만난 결혼한 부부들의 성격 유사성에 대해 물었더니, 그분들은 성격유형이 너무나 다른 커플들을 더 많이 만난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성격 유형이 다를 때 부부간의 갈등이 더 많이 생기고 정신과 의사나 결혼 상담원을 더 많이 찾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연애와 결혼은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성격이 비슷하면 문제가 없을까?

저와 아내는 MBTI 유형이 INTJ, INTP로 MBTI의 척도 중 3가지가 일치합니다. 마이어스 브릭스(Myers Briggs)의 연구 결과에서 결혼 커플 중 3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분류에 속합니다. 서로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MBTI 성격 유형에서 J, P 하나만 다른데도 실제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J(판단, 계획적) 성격인 저는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우고 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약속이 있으면 미리 준비해서 여유 있게 약속 장소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P(인식, 유연적)유형인 아내는 항상 때가 임박해서야 준비를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 약속에 늦게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오든지 뭘 빠뜨리고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약속 시각에 늦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 아내가 참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참 많았습니다.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막상 살아보면 이런 식으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성격이 완전히 똑같으면 문제가 없을까요? MBTI 의 4가지 척도가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렇게 만나더라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MBTI의 4가지 척도에는 점수가 있는데, 그 성향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나타냅니다. 성격 분류 유형이 같을 수는 있어도 그 성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똑같은 J 유형이 만나도 좀 더 강한 J 성향의 사람에게는 상대방은 P 유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남녀의 관계에서 성격 차이는 항상 존재하고, 성격차이로 인한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칼 융이 심리유형론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

MBTI 성격유형 검사는 칼 융의 심리유형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 MBTI 검사가 성격 유형에 따른 강점/약점 파악, 성격에 맞는 직업을 찾는 등의 진로 탐색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심리유형론에서 칼 융이 강조했던 것은 그런 쪽이 아니었습니다.

융은 프로이트와의 갈등 경험 후에 인간의 성격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20여 년간 연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나온 이론이 “심리유형론(MBTI검사의 토대가 되는 이론)” 이다. 심리유형론의 요지는 “인간의 고통과 갈등은 ‘서로 같다’ 또는 ‘서로 같아야 한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는 점이다. 융의 심리유형론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유형이 존재하며, 이런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만남 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융의 생애와 분석심리학 이론, 김윤주>에서 인용

융은 심리유형론에서 모든 인간 관계의 갈등이 ‘서로 같아야 한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성격 차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나의 기준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기대가 문제라는 것이죠.

연애와 결혼에서 성격차이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문제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에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막연히 ‘필’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다면서 불확실한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과연 나는 나와 다른 성격의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무리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국에는 작은 성격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 성격에 딱 맞는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관계를 지속시키는 비결입니다.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4가지 조언 

1.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만나라. 단, 그 전에 자신의 성격부터 파악하라.

MBTI 성격 유사성과 결혼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질 때 좀 더 서로를 이해하기 쉽고,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인지 알려면 먼저 내가 어떤 성격인지 알아야겠죠. ‘나’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성공적인 연애의 시작입니다. MBTI 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유형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나의 ‘깜냥’을 확인한다.

성격 차이가 큰 사람과 연애를 하지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그런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지가 중요한 거죠. 평소에 나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동성 친구나 회사 동료와 잘 지낼 수 있는지 스스로를 체크해 보세요.

3.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아무리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나의 기대대로 하기만을 바란다면 작은 성격차이도 갈등을 일으킵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좀 더 포용할 수 있는 성품을 키우세요. 내가 갖지 않은 것,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연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깊어질 것입니다.

4. ‘난 원래 그래’ 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라.

상대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인다고 해서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그냥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로가 다른 성장환경, 성격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고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냐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사람, 갈등 상황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참고 문헌
[1] Flings or Lifetimes? The Duration of Facebook Relationships
[2] 성격의 재발견 : 마이어스 브릭스(Myers-Briggs) 성격유형 탐구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저/정명진 역 | 부글북스 | 원제 : Gifts Differing: Understanding Personality Type
[3] 부부의 MBTI 성격유형의 유사성과 의사소통 및 결혼만족도의 관계, 이선희, 학위논문(석사)– 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상담학과 2000. 8

** Social LG전자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마인드와칭 연애심리학' 첫 번째 글입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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