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하다가 글항아리 편집자인 이은혜님의 10월 도서 구입 목록 게시물을 보았다.
한 달 동안 구입한 책이 무려 30권! 이은혜 편집자는 최근에 <읽는 직업>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 이 책 구입 목록을 보니 책 제목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직업> 이면 이 정도는 구입하시는구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는 10월에 몇 권을 샀나 알라딘에 들어가 봤다. 9권을 샀다. 나는 매달 평균 10~15만원 정도를 책 구입에 쓰는 것 같다. 이은혜 편집자의 1/3에도 못미치지만 이 정도만 매달 계속 사도 집에는 책이 넘치게 된다. '읽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읽지 않은 책이 점점 쌓이게 된다.
책 사는 것만 좋아하고 읽지는 않는 사람을 일본에서는 '츤도쿠'라고 부른다.
읽지 않은 책이 계속 쌓이면 츤도쿠에게도 일말의 죄책감(?)이 생시고, 자기 합리화을 위한 변명을 찾게 된다.
'츤도쿠'들을 위한 변명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 방송에서 한 말일거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책을 사서 쌓아 두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적 생활의 발견>의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지적 생활이란 꾸준히 책을 사들이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서재에는 분명 읽지 않은 책이 넘쳤으리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을 구입하고, 그만큼 읽지 않은 책도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와나타베 쇼이치의 말을 조금 바꾸면 이렇게 된다.
'지적 생활이란 읽지 않은 책이 늘어나는 삶이다.'
읽지 않은 책이 쌓여도 이제 더는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자.
당신은 지적 생활을 잘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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