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 할때도 있지

- 공일오비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 중에서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

서로에게 푹 빠져 있는 연애 초기에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소보다 무리를 한다. 회사 일이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매일 같이 데이트를 하고, 먼 거리여도 집에까지 데려다 준다. 피크닉 데이트를 위해 전날 장을 보고 도시락을 열심히 준비한다. 기념일마다 이벤트를 준비하고 선물을 안겨 준다. 평소의 ’자기 깜냥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연애에 쏟는다. 연애 초기의 연인들은 자신이 유능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며, 자신의 중요도가 높아진만큼 큰 쾌감을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는 서서히 고갈된다. 연애 초기 때 무리해서 했던 이벤트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서로에게 맞추려는 노력도 줄어들고, 매일 같이 하던 전화, 문자도 점점 줄어든다. 관계에서 기쁨을 주던 일들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적응’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적응’이란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같은 일을 다시 겪을 때에는 처음 경험했을 때만큼 똑같은 강도의 쾌감이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두 번째 먹을 때에는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연애 초기에 강렬한 기쁨을 줬던 일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경험할 때는 처음처럼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쁨을 주는 이벤트의 횟수가 줄어드는데, 같은 이벤트에서 얻는 쾌감의 크기마저 줄어드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들’이 관계에서 얻는 쾌감의 수준은 연애 초기보다 현저하게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연애 초기에 경험한 강렬한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을거야


- 공일오비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 중에서

쾌감을 여러 번 느끼면 똑같은 유형으로 쾌감을 반복해서 느끼고 싶어하는 ‘집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다시 찾으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설명한 ‘적응’ 메커니즘 때문이다. 이제 식어버린 연애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는다. 더 이상 나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상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강렬한 사랑의 쾌감을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다.

변화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연애 관계를 포함해 외부의 원천으로부터 얻는 쾌감이 갖는 문제는 그것이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일단 그 쾌감이 점점 줄어들고 일상의 상태로 돌아가면 예전과 비교되어 더 견디기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변화의 고통’을 겪는 것이다. 변화의 고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음으로써 생기는 기쁨에 대한 집착에서 일어난다.

’변화의 고통’은 실제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영원히 지속되는 ‘황홀감’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일종의 중독이다.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p75

어떤 즐거움이 생겼을 때 그 감정은 그 순간 단 한 번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그런 즐거움은 충분히 만끽한 다음에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잊어버려야 한다. 연애 관계에서 얻는 기쁨을 거부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처음 겪는 것처럼 매 순간의 감정을 충분히 맛보고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과거에 자신에게 해줬던 일을 더이상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대신, 연인이 해주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것이 ‘변화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사랑은 행복이 아니다

사랑은 항상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이 문제를 만든다. 연애와 결혼 생활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예로 들어보자. 신혼 초에는 둘만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서로 불평을 하거나 싸우는 일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면 육아에 시간을 모조리 빼앗긴다. 부부가 다정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사라지고, 육아와 가사 분담 문제로 부부 간에 다투는 일이 잦아진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라면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날들이 늘어나며 육아가 주는 기쁨만큼 고통도 커진다.이러한 상황에서 사랑 = 행복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부부 관계가 위태롭게 된다.

사랑은 행복과 동의어가 아니다. 사랑 안에는 행복과 고통이 함께 뒤섞여 있다.

경이로움과 불확실성의 공존, 행복과 고통의 공존,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사랑은 반드시 동시적으로 포함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성이다.


- <사랑 예찬> 알래 바디우, p161

둘의 관계가 가져오는 고통과 충돌, 불확실성을 껴앉고, 그것과 지속적으로 대면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에 충실한 길이다.

사랑을 재발명하라

연애가 습관적으로 변할 때 우리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되어 버린다.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 공일오비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 중에서

오래된 연인,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연애 초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습관화되고 고착된 관계에서 벗어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알랭 바디우는 매 순간 ‘둘이 등장하는 무대’를 재연해야 하며, 최초에 선언된 사랑 역시 ‘다시 선언’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사랑은 다시 선언되어야 한다.

둘이 함께 걸으며 만나는 새로운 지점들에서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받으면서 ’둘의 지속’을 사유해야 한다.
랭보의 시구에 나오는 표현처럼 ’사랑을 재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 도서 : <사랑 예찬> 알랭 바디우

프로그램이 글을 써주지는 않는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섰지만, 글을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적절한 생산성 앱의 도움을 받으면 글쓰기가 훨씬 편해진다. 글쓰기의 효율이 올라간다.

글쓰기를 도와주는 12가지 생산성 도구를 활용해보자.

1. Wunderlist

Wunderlist 는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앱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목록 작성 앱이기 때문에 글감 목록을 작성하는데에도 유용하다.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고 초창기 때에 애용했던 앱이다. 사용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윈도우즈, 맥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글의 소재를 발견할 때마다 Wunderlist의 목록에 추가하고, 나중에 글을 쓰면 체크박스를 클릭해 지워주면 된다. 중요한 항목에는 별 표시를 해둘 수도 있다.

Wunderlist 홈페이지

2. Workflowy

Workflowy는 아웃라이너(outliner)로 계층을 가지는 목록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당연히 글쓰기 소재 목록을 만드는 용도로 쓸 수 있다.

글을 구상할 때 개요를 짜거나, 책의 목차를 만들 때도 아주 유용하다.
나는 <메모 습관의 힘> 책을 집필할 때 workflowy를 이용하여 목차를 만들었다.

Workflowy 홈페이지

3. Dynalist

Dynalist는 workflowy 열혈 유저가 workflowy의 단점을 보완해서 내놓은 서비스이다.

Dynalist는 목록을 개별 문서로 만들 수 있고, 폴더도 지원해 용도별로 목록을 분류하여 관리하기 편하다. checklist box , 구글캘린더와의 연동 등 다양한 기능 확장이 있어 workflowy 사용자들 중에 Dynalist로 넘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workflowy 임포트(import)를 지원해서 클릭 한 번에 workflowy에 작성했던 목록을 전부 가져올 수 있다.

Dynalist 홈페이지

4. Trello

Trello는 글 소재 목록을 작성하고, 개별 소재의 글쓰기 진척 상태까지 관리할 수 있다.

글 소재가 떠오르는데로 인박스(InBox)에 넣어 두고, 구체화를 시키거나 작성 중이면 해당 칸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글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시키거나 마감 일정에 따라 진척도를 관리할 때 유용하다.

Trello 홈페이지

5. MeisterTask

Dynalist가 workflowy을 따라하면서 기능을 확장한 서비스라면, MeisterTask는 Trello를 따라한 서비스이다. Trello의 기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 디자인이나 여러 가지가 추가된 서비스이다. 크롬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인 Momentum처럼 시작할 때 멋있는 풍경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MeisterTask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Trello에서 MeisterTask로 갈아탔다.

6. Evernote

에버노트는 기능이 워낙 다양해서 글쓰기의 과정에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글 소재를 수집하는 메모 앱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글의 개요를 짤 때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에버노트의 핵심 기능은 역시 웹페이지를 클리핑해서 저장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저장하고 싶을 때 에버노트를 쓰면 된다.

Evernote 홈페이지

크롬브라우저에 에버노트 웹 클리퍼 확장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쓰면 편하다.

Evernote Web Clipper

7. Pocket

포켓은 에버노트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에 필요한 웹 상의 자료를 저장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서비스이다. 에버노트는 웹 클리핑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포켓은 웹페이지를 저장하는 기능 딱 하나만 갖고 있다. 사용법도 더 쉽다. 그리고 에버노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들의 보안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버노트는 PC에 있는 문서를 에버노트에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에버노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켓은 웹상의 정보만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보안정책과 충돌하지 않고, 따라서 에버노트를 막아놓는 기업들도 포켓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에서 에버노트 사용이 금지되었다면 대신 인터넷 자료 수집에 포켓을 사용해보자.

Pocket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글쓰기에 필요할 것 같은 웹 상의 자료는 포켓에 저장해서 쓰고 있다.

8. iThoughtsX (Mind Map)

나는 글을 쓰기 전에 글의 설계도를 미리 만들고 시작한다. 앞에서 소개한 workflowy로 글의 개요를 짜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마인드맵핑 앱이다.

마인드맵핑 앱은 좋은 본인이 쓰는 플랫폼에서 괜찮은 제품을 골라서 쓰면 된다. 나는 iPad를 쓸 때부터 써온 iThoughts (Mac용 iThoughtsX)를 쓰고 있다.

Workflowy와 같은 outliner는 수직 방향으로만 작성할 수 있는 반면에 마인드맵은 방사형으로도 가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하는데 더 편리하다. 그래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서는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쓰고,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workflowy를 쓰는 편이다.

윈도우즈에서는 Xmind, Thinkwise 같은 마인드맵 S/W가 있고, 최근에는 iThoughts도 윈도우즈 버전이 출시되었다. 나는 윈도우즈에서는 Xmind 8을 쓰고 있다.

iThoughts 홈페이지

Xmind 홈페이지

9. Google Keep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바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용도로는 쓰기 쉽고, 빠르게 동작하는 메모 앱이 필요한데 Google Keep이 그 목적에 딱 맞는다.

잠에서 막 깼을 때, 출퇴근 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산책 중에 떠오르는 글쓰기 아이디어를 메모하는데 Google Keep 앱을 써보자. 태그를 달면 글쓰기에 필요한 메모만 선별해서 볼 수도 있다.

10. Ulysses

자료를 수집하고, 글의 개요를 짰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쓸 차례이다. Ulysses는 글쓰기 전용 앱으로 word나 한글 hwp 같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쓸 때와 비교하면 글쓰기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Ulysses의 장점

  1.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깔끔한 UI 디자인
  2. 일체화된 라이브러리로 내가 쓰는 모든 글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해줌
  3. 쓴 글을 Text, HTML, ePub, PDF, DOCX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저장 가능
  4. 마크다운(Markdown)과 preview를 지원해 편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음
  5. Mac, iPad, iPhone용 앱이 있고, iCloud를 이용해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글을 이어서 작성 가능

Ulysses 홈페이지

나는 Ulysses를 쓰면서 글쓰기의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회사에서 windows를 쓰지만 개인적으로는 Mac을 계속 쓰는 이유 중 절반은 바로 Ulysses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Keynote)

11. Scrivener

Windows를 써서 Ulysses를 쓰지 못한다면 Scrivener를 써보자. Scrivener는 글쓰기에 특화된 기능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는 ‘글쓰기 앱의 끝판왕’이다.

개요를 미리 짜고 글을 쓸 수도 있고, 논문이나 소설같이 복잡한 구조의 글을 쓸 때 필요한 기능도 많이 가지고 있다. 글을 쓰다가 잘못 고쳐쳤을 때,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기능이 많고 UI가 다소 복잡해 처음에 공부가 약간 필요하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글쓰기를 완전히 바꿔줄 것이다.

12. ATOM

Ulysses와 Scrivener가 유료 소프트웨어라 쓰기가 망설여진다면 ATOM을 써보자

기본은 단순한 텍스트 에디터지만 package를 설치하면 기능이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마크다운 패키지를 설치하면 마크다운 글쓰기 앱으로도 훌륭하다.

ATOM을 마크다운 에디터로 사용하기

글쓰기의 과정과 생산성 도구 활용

글쓰기의 과정과 각 단계에 활용할 수 있는 생산성 도구를 같이 표시해 보았다.

위는 여러 생산성 도구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한 가지 예시일 뿐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12가지 생산성 도구를 직접 시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골라서 사용해 보자.

  1. ENHYEON 2017.10.04 18:38 신고

    글쓰기를 도와주는 12가지 생산성 도구를 소개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메모 습관의 힘>에서 소개해주셨던 도구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때 보지 못했던 도구들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글쓰기의 반 이상은 자료 수집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이 툴들을 통해 얼개를 짜고 자료 수집을 체계적으로 해나간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께서 공유해주신 내용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남은 추석 연휴도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이라는 글을 ㅍㅍㅅㅅ 에서 보았습니다. (원문 링크 http://ppss.kr/archives/74642)

이 글에서는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으로 ‘책 읽기’, ‘필사’, ‘인용’을 꼽고 있습니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권장하는 활동이지요. 그런데 글을 쓴 김재성 님은 이 3가지 활동이 글 쓰는 실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책 읽기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많은 사람이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쓴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글쓰기와 직결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영어에서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하면 어느 정도 스피킹에 도움이 되지만,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스피킹을 잘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읽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글 읽기’는 글의 주제를 다채롭게 해줄 수는 있지만 글 자체를 잘 쓰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글에 담긴 생각이 훌륭하고, 그 생각을 문장으로 잘 표현하는 게 글을 잘 쓰는 것이겠죠. 형식(문장)과 내용(생각)이 모두 훌륭해야 좋은 글입니다. 글의 형식, 문장만 훌륭하다고 좋은 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생각은 어떻게 나올까요?

몽테뉴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다양한 내용을 읽는 것이 나의 생각하는 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 몽테뉴

책 읽기는 ’글의 주제를 다채롭게 해줄 수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생각을 자극해 글의 내용(생각) 자체를 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책 읽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글에 담는 내용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요.

김재성 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쓰자, 무조건 많이 쓰자’

맞는 말입니다. 글쓰기는 써야 느니까요. 하지만 생각의 질을 높이지 않고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올까요? ’책 읽기’가 글쓰기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글쓰기를 문장을 만드는 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잘 쓰는 것만으로 좋은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글에 담을만한, 가치있는 생각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생각의 질을 높이는데 책 읽기는 없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작가들이 책을 쓸 때 수십, 수백 권의 참고 도서를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필사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필사를 많이 하면 글 실력이 늘리라는 것 역시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다. 필사라는 것은 분명히 ‘쓰는’ 활동이지만, 사실상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읽기’와 아무것도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한다면, 그냥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읽는’ 활동일 뿐이다.

따라서 1번과 마찬가지로 인풋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사가 글 실력을 늘려준다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물론 필사하면서 다양한 글을 읽게 되고 다양한 표현들을 ‘보게’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당신의 머리를 거쳐 당신의 손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 이상, 그저 필사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책 읽기’에 그칠 뿐이다.

필사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많습니다.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건 필사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필사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사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로 처음 입사를 하면 신입사원 수습 기간에 선배 기자들의 기사를 필사하면서 기사 쓰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모범이 되는 기사를 필사하면서 글의 구조, 문장의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공부하는 것이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베끼기만 하는 필사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문장을 관찰하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하는 필사는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대표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제대로 될 수 있다.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런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글쓰기 달인이자 국어교사인 스즈키 신이치는 『쓰는 힘은 읽는 힘』(위즈덤하우스)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일 년에 수백 권을 읽는 다독가라도 막상 자신의 글을 쓰는 데 서툰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똑같이 책을 읽어도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읽기의 차이가 글쓰기의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끝까지 읽는 습관이 언어의 감각을 키운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올바른 읽기법이란 끝까지 읽으면서 글쓰기의 기본인 문장의 원리를 제대로 익히고, 문장의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특별한 연습 없이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비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블로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읽기의 차이가 글쓰기의 차이를 만든다”

http://m.blog.naver.com/khhan21/220353159089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문장을 끝까지 읽는 습관이 언어의 감각을 키워주고, 글쓰기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책의 문장을 끝까지 읽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필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필사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하니까요.

조선 시대의 실학자이며 <여유당전서>를 쓴 다산 정약용이 엄청난 저작을 남긴 것은 그의 특별한 독서 방법 덕분이었습니다.

정약용의 독서 방법

  • 정독 : 정성 들여 자세히 읽는 것
  • 질서 : 읽으면서 생각을 메모하는 것
  • 초서 : 책 구절 옮겨 적기

정약용의 독서방법은 세 종류다. 정독, 질서, 초서다. 하나씩 보자. 먼저 정독은 뜻을 새겨가며 정성 들여 자세히 읽는 것이다. 질서는 읽으면서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생각들이 달아나기 전에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다. 묘계질서의 준말로 묘계는 번쩍하면서 깨닫는 것을 말한다. 가장 중요하며 다산 스타일 독서의 핵심은 초서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베껴 쓰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좋다고 무작정 베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베끼는 것이다.


<차라리 죽지 그래> 남정욱 저, p203

정약용의 독서 방법 중 초서는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부분만 ‘필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초서’를 통해 모아둔 자료와 읽으면서 생각을 메모하는 ‘질서’를 통해 정약용은 글을 썼습니다. 제가 <메모 습관의 힘>에서 소개한 ‘메모 리딩’이 바로 초서와 질서의 결합이고요.

필사는 단순히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필사’는 글의 구조, 문장 표현을 익히는 과정이며 글쓰기의 재료를 수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용

(‘알고 보면 글쓰기 향상과 상관없는 3가지 활동들’ 에서 인용)

멋있는 말이나 명언 등을 여러 개 매일매일 모으는 것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데 영어 단어만 열심히 외우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그 ‘인용’을 통해서 당신이 느끼는 것이 ‘멋있다’ ‘반성해야겠다’ ‘공감한다’ 정도라면, 이는 당신이 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느낀 점을 ‘집이 최고’라는 수준으로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달리는 ‘좋아요’와 당신의 댓글이 무슨 차별점이 있는가? 인용은 분명 글을 맛깔나게 만들어가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인용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실력도 발전할 수 없다.

‘인용’도 ‘필사’와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글쓴이의 말대로 단지 문장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멋진 문장이나 명언을 노트에 옮겨 적거나 페이스북에 인용하는데 그치지 말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문장에 담긴 의미를 깊이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움의 시작은 읽기에 있지만, 그 절정은 묵상에 있다.”

  • 후고 Hugues de Saint Victor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책에는 인용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책 자체가 여러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책의 왼쪽 페이지에 인용하고, 오른쪽 페이지에 그 문장을 실마리로 쓴 작가의 글을 실은 구성입니다.

은유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내가 모은 빛나는 문장들처럼 ‘놀랄 만한’ 문장이 내 글에도 한두 개쯤 박혀 있길 욕망했다. 아니, 그래야 글이었다.

“저는 늘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관중석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 에서 본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글 쓰는 자세를 고쳐 주었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라는 니체의 말은 ‘나는 너무 뒤처진 게 아닐까’ 비관하는 늦깍이 작가에게 자기만의 보폭으로 길을 가도록,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글을 쓰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니체의 문장이라는 연료를 넣은 덕분에 나의 글쓰기는 휘청일지언정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문장을 ‘인용’하는 것만으로 문장을 만드는 기술이 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문장을 ‘인용’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글 쓰는 사람의 내면이 만들어집니다. ‘인용’한 문장이 생각을 자극하여 글의 소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책이 바로 그 증거죠.

책 읽기, 필사, 인용 -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하라

책 읽기, 필사, 인용은 글쓰기 향상과 상관이 있습니다.
글쓰기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다만, 제대로 할 때만 그렇습니다.

건성건성 책을 읽고, 아무 생각 없이 글자를 베껴 쓰고, 멋있어 보이는 문장을 생각 없이 인용하면 당연히 글쓰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생각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책을 깊이 읽어야 합니다.

글의 구조와 표현을 눈여겨보며 문장을 음미하면서 필사를 해야 합니다.

문장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를 숙고하고, 삶과 글에 연결해야 합니다.

책 읽기, 필사, 인용을 꾸준히 하면 반드시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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