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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독서법

책을 읽어도 재미를 못 느끼는 이유

by 지평(地平) 2023. 1. 13.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아이가 하는 말 중에 귀엽지 않은 게 있을까.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날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여기 호오옴 보이지? 호오옴”
“여기 호오옴에 끼우는 거야”

아이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양 블록 조립하는 방법을 엄마에게 설명했다.
“호오옴 보이지?” 하는 말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블록에 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블록을 서로 연결할 수 없을 것이다. 블록 한쪽에 ‘홈’이 있고, 다른 블록에는 홈에 맞는 돌출 부위가 있어야 서로 연결이 된다. 생각해 보니, 이건 세 살 아이에게 엄청난 발견이 맞다. 어른 중에도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독서 모임 오픈채팅방에는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책 추천을 받고 싶어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재밌는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좋은 책 추천 부탁드려요”
“읽기 쉬운 책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럴 때 나는 당황스럽다. 누구에게나 읽기 쉽고, 재밌고, 좋은 책은 없기 때문이다.

책은 블록과 같다. 책은 튀어 나온 돌출 부위가 제각각인 블록이다. 책의 튀어나온 부분이 내가 가진 홈에 딱 들어맞을 때 비로소 내 삶과 연결된다. 내 ‘홈’에 맞는 책을 찾아 읽어야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삶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책이 삶을 변화시키는 걸 경험해야 비로소 독서의 진가를 깨닫게 되고, 책을 좋아하게 된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재미를 못 느끼고
삶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면,
그 사람에게 '홈'이 없거나 (이런 사람은 없을 테지만),
'홈'이 있지만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자신의 ‘홈’에 맞는 책을 읽지 못해서이다.

최근에 홍성태 교수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요즘 내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의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울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 ‘홈’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브랜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서 이미 ‘홈’이 채워져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평범한 책일 수 있다. 사람마다 ‘홈’이 다르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다르다.

책 추천을 잘 받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홈’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의 ‘홈’을 말해줘야 ‘홈’에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좋은 책 추천해 주세요” 보다는 “글쓰기 책 추천해 주세요” 가 낫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데 방문자가 늘지 않아요. 조회수가 늘고 공유가 많이 되는 글을 쓰는 방법 배울 수 있는 책,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 ‘홈’이 뭔지 생각해보고 거기에 들어맞을 책을 찾아 읽어보자.
‘홈’이 있어야 책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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