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도파민네이션> 애나 램키
책을 읽으며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회피 시도’로 나는 어떤 것에 의존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게임, 술, 유튜브
요즘 게임 시간이 많이 늘었다. 올해 회사에서 관심받는 과제를 하면서 스트레스 정도가 올라갔는데, 퇴근하고 스트레스 핑계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스팀 여름 할인 때 CRPG 명작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Divinity Original Sin 2)를 구입하고 요즘 열심히 하고 있는데 플레이 타임을 보니 120시간을 넘겼다. 나는 보통 주말에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최근에는 게임하느라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마감이 닥쳐서야 간신히 하는 경우도 생겼다.
술에도 의존한다. 많이 마시는 건 아니지만 퇴근하면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한두 캔씩 사와서 혼자 마시는데, 안주거리로 과자를 같이 먹는 게 문제다. 이 습관 때문에 뱃살이 늘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 쉬려고 침대에 누우면 습관적으로 유튜브 앱을 열고 영상을 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30분도 안 봤었는데, 최근 앱에서 시청 시간 통계를 보니 매일 평균 1시간이 넘고 몇 시간을 본 날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회사 일과 개인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쓸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약한 정도의 ‘중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도파민네이션> 책을 읽고 나의 ‘중독 대상’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는 중독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자기 구속 전략(Self Binding)’을 소개한다.
중독 관리를 위한 자기 구속 전략
- 물리적 전략 (공간) : 물리적 장애물 만들기, 자신과 자신의 중독 대상 사이에 거리 두기
- 순차적 전략(시간) : 시간제한과 결승선을 활용하는 방법
-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 등으로 기준을 잡아 일정 기간으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시간적 기회를 줄이고 사용에 한계를 둘 수 있다.
- 시간 자체보다는 중요한 사건이나 목표 달성을 기준으로 자신을 구속할 수도 있다.
- 범주적 전략(의미) : 도파민을 여러 범주로 나누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 다시 말해 자신에게 허락하는 하위 유형, 그리고 허락하지 않는 하위 유형으로 나누는 것. 이는 중독 대상뿐 아니라 그 대상을 갈구하게 만드는 계기도 금지하는 방식이다.
위 전략을 참고로 해서 나의 중독 문제를 해결할 자기 구속 방법을 생각해 봤다.
- 술 → (물리적 전략) 편의점을 가지 말자. 편의점에 가면 습관적으로 맥주를 사게 되니 물리적으로 거리를 둬서 편의점에 안 가는 게 제일이다.
- 게임 → (순차적 전략) 게임은 시간 제한을 두는 방법을 쓰자. 평일에는 게임 금지, 주말에만 게임을 하고, 시간 정해서 그 안에서만 하기
- 유튜브 영상 → (물리적 전략) 폰 첫화면에서 유튜브 앱 아이콘 숨기기
(순차적 전략) 유튜브 앱에 12시 이후나 1시간 이상 볼 경우 알람을 주게끔 설정했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회피하는 나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주어진 삶에 더 몰입할 방법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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