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7년 동안 쓴 독서 노트를 다시 읽으면서 독서 노트 쓰기가 지금의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질문이 생겼다.

독서 노트 쓰기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지바 마사야의 책 <공부의 철학>에서 찾았다.

독서 노트는 내 삶의 연대기

과거의 독서 노트를 읽다 보면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된다. 독서 노트가 마치 일기장 같다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그 당시에 읽은 책을 통해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보인다. 책을 읽고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가지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독서 노트에 적혀있기 때문이다.

<아들러 심리학 해설> 책을 읽고 독서 노트에 메모들은 나중에 '열등감에 대처하는 법’에 관한 글로 바뀌었다. (미생 윤태호 작가의 열등감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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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입업 Rip it up> 책을 읽고 쓴 독서 메모를 가지고는 ‘연애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클리앙에 올렸을 때 만 번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큐레이션 미디어 ㅍㅍㅅㅅ에서 발행되어 공유가 많이 되기도 했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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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씽 The One Thing> 책을 읽고 독서 노트에 쓴 내용이다.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주면서 나 자신도 행복한 삶’,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삶’. 현재 나의 가치관은 독서 노트에 적은 생각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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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의 <이카루스 이야기>를 읽고 쓴 독서 메모는 나에게 소중한 기록이다. 이 때 독서 노트에 쓴 내용들은 그 이후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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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


당신이 직접 과감하게 도전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새롭고 복잡하고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책에서 뽑은 위의 문장들을 노트에 적으면서 나는 세스 고딘이 말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지금 당장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 – 세스 고딘 ‘이카루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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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카루스 이야기>의 독서 메모를 보면 ‘성공하는 아티스트들의 습관’ 목록이 있다.

자신이 만든 것을 파는 법을 배우기, 강연하기, 자주 실패하기, 남들을 가르치기, 매일 글을 쓰기,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기, 모임을 주도하기

노트에 적은 아티스트들의 습관들을 다시 보니, 이 중 많은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서 노트에 저 목록을 썼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독서 노트를 한 권씩 읽어나가니 그동안 내가 거쳐온 삶의 변화 과정이 계속 펼쳐졌다. 독서 노트는 내 삶의 변화가 기록된 연대기(chronicl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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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과 독서 노트 쓰기

인간은 물질적 현실 그 자체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항상 언어라는 필터를 거친다. 인간은 ‘언어적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언어 그 자체는 현실에서 분리되어 있다. 언어 그 자체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하는지와 상관없는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언어의 해방적인 힘(언어의 타자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공부의 철학>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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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지금 속해 있는 환경에는 없는 가능성을 상상을 통해 그릴 수 있는 언어의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언어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언어를 가진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독서 노트 쓰기를 통해 내 삶이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언어의 힘’ 때문이었다. 독서 노트에 책 속의 문장을 베껴 쓰고, 내 생각을 적는 과정을 통해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언어를 수집한 것이다.

독서 노트 쓰기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가능성을 그리기 위한 언어를 캐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야 한다. 독서 노트는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언어의 원석을 캐내는 채굴장이다. 독서 노트에서 채굴한 언어를 삶에 녹여 내고 담금질하면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굿라이프 리뷰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는 <행복의 기원> 책에 나와 유명해진 문구다. 서은국 저자는 이 책에서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은 기쁨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책의 저자 김민식 PD가 세바시 강연의 제목으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를 쓰면서 이 말은 한층 더 유명해졌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한 것일까?


굿 라이프,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


<굿 라이프>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프레임>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행복에 대한 오해를 밝히기 위해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최인철 교수는 책을 쓴 동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에 관한 책이면서도 제목을 ‘굿 라이프’라고 정한 이유는, 행복을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행복은 순간의 기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행복이기도 하다. 좋은 음식이 좋은 맛 이상의 것인 것처럼, 삶의 행복은 순간의 행복 이상의 것이다. 행복이 좋은 기분과 좋은 삶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좋은 기분으로서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까지 균형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굿 라이프’로 정했다.
<굿 라이프> , 최인철 저, p11



서문을 읽으며 나는 마치 이런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고 하는 소리야. 내가 행복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테니 들어봐’

<행복의 기원>에 의하면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먹는 것과 대화라고 한다. 그 결과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라고 결론 짓는다. 아마도 이 조사 결과는 ‘하루 중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고, 대답으로 특정 행위가 나온 횟수를 집계하여 나온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지난 10년 동안 당신이 한 일 중에 당신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먹는 것’과 ‘대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일, 이루고 싶었던 목표를 성취한 일,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일 등의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행복에는 삶의 의미와 목적의 성취가 필요하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은 행복을 순간의 좋은 기분(쾌감)만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굿 라이프, 즉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은 좋은 기분과 함께 삶의 의미와 목적의 성취를 포함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기(experiencing self)와 기억하는 자기(remembering self)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우리에게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자기와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가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자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다.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만족과 기분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 전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굿 라이프> p143


이 부분을 읽으며 2015년 <메모 습관의 힘> 원고를 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주말마다 아침에 카페로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원고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 시간도 없었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원고 집필이 잘 진척되지 않아 우울하고 힘들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행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날들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어렵게 그 시기를 버텨내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운 좋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었다. 삶에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주는 ‘강도’ 높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는 ’빈도’의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삶을 성장시키는 개인 목표를 추구할 때 우리는 우울이라는 터널을 거쳐 가야 한다. 하지만 그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삶은 더 행복해진다. 지금의 나는 그 불행했던 날들 덕분에 행복하다. ‘책 쓰기’라는 의미 있는 목표의 성취가 내 삶을 굿 라이프로 만들었다.


행복은 강도와 빈도 모두다



빈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강도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경험하는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는 좋은 기분을 자주 느낄 수 있는 ‘빈도’가 필요하고, 기억하는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성취를 통한 ‘강도’가 필요하다. 의미 있는 성취의 끝에 찾아오는 자부심과 유능감은 행복에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빈도’와 ‘강도’ 모두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
둘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까?

아니다. 나는 빈도와 강도 모두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또다시 책을 쓴다면 집필 기간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낼 생각이다.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일상에 적절히 배치해 ‘빈도’가 주는 행복을 누리면서, 책 쓰기라는 ‘강도’ 높은 목표의 성취가 안겨 주는 행복 또한 얻어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좋은 기분을 느끼는 ‘빈도’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목표의 성취를 통한 ‘강도’ 역시 필요하다. 굿라이프,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은 강도와 빈도 모두다.


글을 쉽게 쓰는 법 (4) - 성공적인 글쓰기를 위한 7가지 기준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쓰는 글이 얼마나 성공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글쓰기를 위한 7가지 기준을 소개합니다.


워렌 스펙터가 말하는 게임 개발 성공의 기준



워렌 스펙터는 울티마, 윙커맨더, 시스템 쇼크 등을 만든 베테랑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2016년 2월에 열린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에서 워렌 스펙터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당신은 이런 게임을 만드나요?

워렌 스펙터는 게임을 만든다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임을 만든다면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그 게임을 만드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왜 플레이어들이 당신이 만드는 게임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성공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워렌 스펙터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성공의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합니다.

  • 플레이어의 힘 :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할 힘을 플레이어에게 주는가?

  • 누구도 보거나 하지 않았던 것 한 가지가 있는가?

  • 플레이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는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게 했는가?

  •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게임을 만들었는가?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했는가?



워렌 스펙터가 이야기한 게임 개발 성공의 기준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게임 개발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통하는 성공의 기준이다.
이 질문들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적인 글쓰기를 위한 7가지 기준



워렌 스펙터가 이야기한 게임 개발 성공의 기준을 글쓰기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내가 쓴 글이 좋은 글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해 보세요.

성공적인 글쓰기를 위한 7가지 기준

  1.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한 가지가 있는가?

  2. 독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는가?

  3. 독자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게 했는가?

  4. 독자를 생각하게 했는가?

  5. 독자가 당신의 글을 통해 탐구하길 바라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는가?

  6. 글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한가?

  7. 당신의 글에는 독창성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이 이미 쓴 글을 그저 베낄 뿐이라면, 왜 수고스럽게 그러고 있나?


연재 제목이 ‘글을 쉽게 쓰는 법’인데 7가지 기준이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글을 쓰기 전에 체크리스트의 질문을 하나씩 스스로 던져보세요. 글을 구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분명 더 좋은 글이 나올 거예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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