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 책 너무 재밌어. 이거 3권도 사줘"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는 안하는 편이예요.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도 각자 하나씩 사주고 게임하는 거에도 허용적인 편입니다. 그래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설 때 아이들이 항상 아이패드만 잡고 있는 걸 보면 속으로는 '얘들이 게임만 너무 하네. 책도 좀 읽어야 할텐데...' 라고 걱정을 하죠.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아빠는 맨날 글자만 있는 재미없는 책만 봐. 나는 책 싫어" 라며 얘들이 책을 안 보겠다는데요.
어제는 온라인 서점에서 제가 볼 책을 주문하다가 아이들 책도 좀 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맨날 내가 읽을 책만 정성스레 골라서 샀지, 아이들 책을 사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어린이 도서 코너에 가서 재밌을 것 같은 책 4권을 골랐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당일 배송이라 벌써 책이 와 있네요. 박스를 뜯어 마루에 쫘악 늘어놨어요. 둘째가 옆에 와서 <정재승의 인간 탐구보고서> 책 표지를 보더니 재밌을 것 같은지 바로 가져가서 읽기 시작하는게 아닌가요. 잘 시간이 될 때까지 한 자리에서 읽더니 저한테 얘기하네요.
"아빠 이 책 너무 재밌어. 이거 3권도 사줘"
책을 열심히 읽고, 또 사달라고 하다니... 이런 날이 오네요! 감격스러웠어요.
저도 얘들이 책 보면 좋아하는 보통의 아빠였네요.
"그래, 아빠가 3, 4권 내일 바로 주문해 줄게. 책이라면 아빠가 무한으로 사준다."
"이 책 뭐가 좋았어?" 둘째에게 물어봤어요.
"내용이 재밌었어. 스토리가 잘 짜여졌어. 그리고 외계인 캐릭터 반전 매력이 있어"
첫째가 자기도 읽었데요.
"재밌으면 읽어. 재미없으니까 안 읽지. 내 취향 아니면 안 읽는데 이건 진짜 재밌었어."
아이들이 책 읽는 걸 싫어하는게 아니었어요. 재미없는 책이 문제였네요. 재밌는 책은 아이들이 알아서 읽어요.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책을 읽는게 아니라, 게임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접할 수 있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밌게 볼 책을 고르는데 시간을 좀더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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