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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매일 쓰니까 어렵지 않다. 가끔 쓰는게 어렵다.

by 지평(地平) 2020. 11. 4.

매일 쓰니까 어렵지 않다. 가끔 쓰는게 어렵다. - <강원국의 글쓰기>

"잘 지내셨는지요? 원고 작업이 잘 되어가시는지 궁금하여 연락드려 보았습니다. ^^"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원고 진척이 없어 스스로도 걱정이 들 때 쯤이면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역시 다년간의 경험(?)으로 촉이 좋으시다.

나는 평소에 꾸준히 글을 쓰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보니 책 계약 후에 본격적인 집필 모드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첫 번째 책을 쓸 때보다 두 번째 책을 쓸 때가 더 어려웠고, 세 번째인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회사만 다니는게 아니고 독서모임까지 운영하고 있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는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글쓰기 모드로 넘어가는 것이 원래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보면 강원국 작가도 책을 집필하면서 글이 써지지 않아 20여 일을 허송했다는 고백을 한다. 아래는 페친인 이은지님이 올렸던 '책 쓰는데 걸리는 실제시간'이라는 이미지다. 책을 써야해서 괴로워 하는 시간, 책을 쓴다고 결심한 나 자신을 원망하는 시간의 파이가 얼마나 큰지 보이는가?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글쓰기 모드로 쉽게 넘어가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해야 글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반복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이다. 일정한 장소, 시간에 반복적으로 글쓰기를 시도해야 하고, 시도하기 전에 의식을 치러야 한다. 직업적으로 글 쓰는 작가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 <강원국의 글쓰기> p43

강원국 작가는 글 쓰고 싶은 마음을 장착하기 위한 팁을 알려준다. 글쓰기에 대한 무의식의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쉬운 일부터 먼저 한 가지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칼럼을 한 편 읽는다든가, 커피를 마시면서 이제부터 글을 쓸 것이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주라고 한다. 그런 다음 글을 쓴다. 이 일을 반복하면 쓰기 싫은 글을 뇌가 쓰게 된다.

나의 경우는 원고 집필을 하기 전에 메모 독서를 한다. 책을 한 시간 정도 읽고, 독서 노트를 쓴다. 글 쓰는 것보다는 책 읽는게 쉽기 때문에 뇌가 저항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 다음에 원고 집필로 넘어간다. 이 방법의 장점은 메모 독서를 하면서 원고에 넣을 소재도 종종 발견한다는 거다.

글쓰기 모드로 전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매일 쓰는 거다.

어제 베스트셀러 탐독기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책의 저자 한승혜 작가님을 만났다. 요즘 근황을 여쭤보니 여러 매체에서 청탁을 받아 매달 쓰는 칼럼, 서평이 6개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매주 한 두개씩 마감이 있는 건데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신다.

'매일같이 쓰니까 오히려 힘들지 않아요. 가끔 쓰는 게 더 힘들어요'

내가 원고 집필 모드로 들어가기 힘들었던 건 가끔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쓰면 오히려 글쓰기가 힘들지 않다. '백업 글쓰기(100일의 글쓰기로 내 삶 업그레이드)' 모임을 만든 것은 성장판 회원들의 글쓰기를 도와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해서이기도 했다. 100일 글쓰기를 통해 매일 써야하는 환경을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10/24 시작해서 오늘로 12일째다. 매일 지정된 시간에 글을 쓰면서 슬슬 본격적인 집필 모드로 들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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