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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나의 부지런한 사랑

by 지평(地平) 2020. 10. 30.

'10대 때 글쓰기 스승들을 너무 사랑했던 나머지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20대가 되었다.'

<부지런한 사랑>은 이슬아 작가가 스물 세살 때부터 글쓰기 교사를 하며 경험한 것을 쓴 에세이집이다.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붙여 모집한 9살, 13살 형제가 최초의 제자였다. 서울에서 글쓰기 교사로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주말마다 여수까지 갔다. 왕복 여덟 시간짜리 출퇴근을 4념 넘게 했다. 학교에서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오십대 언니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기도 했다. 요즘에 모니터 속 분할된 화면을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이 책에는 그의 20대를 바친 부지런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글을 쓴 원고지, 이슬아 작가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 사진들을 보면서, 글쓰기 교사라는 일과 제자들이 쓴 글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슬아라는 사람이 더 좋아졌다.

나는 '부지런한 사랑'을 하고 있을까?
오랫동안 내가 지치지 않고 해온 일은 무엇일까? 10월에 한 일을 떠올려 본다.

분당 이매문고에서 독자들과 만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2시간 차를 몰고 원주로 가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왔다. KTX를 타고 대구로 내려가 도서관에서 메모독서법 강의를 하고 왔다. 디지털 자산의 미래 주제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이번 주 목요일 온라인으로 발제독서모임을 했다. 내일 아침 9시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카페 성장판 책읽기 모임을 한다. 내일 저녁에는 이 달에 읽은 책을 서로 소개하는 월간 성장판 온라인 미팅을 한다.

2012년부터 책을 부지런히 읽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사람들을 만나 부지런히 같이 읽었다.
요즘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연결하고 있다.

나도 '부지런한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이슬아 작가처럼 부지런한 체력은 내게 없는 것 같지만, 책을 사랑하는 다른 부지런한 분들이 함께 해줘서 다행이다. 이 부지런한 사랑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부지런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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