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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개성이란 우연히 피어난 향락적 집착

by 지평(地平) 2020. 10. 27.

'소울 메이트'를 찾고 있나요?

젊은 시절 나는 코드가 맞는 상대를 찾아다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책, 음악,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하고 쉽게 헤어졌다. '소울 메이트'란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고, 지금도 인터넷에 소울 메이트에 관한 글이 종종 돌아다니는 걸 보면 코드가 맞는 반쪽을 찾아야 한다는 로맨틱한 믿음은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공부의 철학>에서 지바 마사야는 '개성적인 존재'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깨버린다. 어떤 작품, 캐릭터, 맛이나 색, 말 등에 집착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집착이란 우연히 피어난 것, 타자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 발생한 것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이유란 없다. 집착에는 인생의 우연성이 각인되어 있다. 우연한 만남의 결과로서 우리는 개성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개성이란 '우연히 피어난 향락적 집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만의 개성, 취향에 어떤 필연적이거나 절대적인 중요성 따위는 없는 것이다. 우연히 내 안에 축적된 집착들 중 몇 개가 일치한다고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가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그 착각에서 깨어나게 된다. 연애를 할 때 취향이 딱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이다. 어느 정도 닮은 사람을 만나는 거야 초기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소울 메이트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 유지에 해롭다.

상대가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내 안에 '우연히 피어난 향락적 집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자기 이해에 도움이 된다. 지바 마사야는 자기 이해를 위한 방법으로 '욕망 연표'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자신이 무엇을 욕망해왔는지 연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취향이 우연한 만남의 축적으로 만들어 지듯이, 현재 내가 가진 개념과 가치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우연한 만남들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 만남들 중에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책을 통한 만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우연히 만나 지금의 나를 형성한 문장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책 속의 문장들이 나의 생각을 어떻게 바꿨고, 그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면 지금의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100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 틈틈이 그 문장들을 찾아볼 작정이다.

www.youtube.com/watch?v=Lr3TagaBMBg&list=PLBs4AC2Ioy9X-Qz1iy3mh0DaJETeqM549

소울메이트 드라마 OST 는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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