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B씨가 퇴근을 합니다. 요 며칠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오늘은 좀 느긋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갑니다. 컴퓨터를 켜고 일이 바빠서 못 갔던 즐겨찾는 사이트들도 돌아보고, 어젯밤에 있었던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도 찾아 봅니다.
이 때 주방 쪽에서 한 소리가 날아옵니다. "자기, 뭐하는거야! 맨날 늦게 들어와서 아이 얼굴도 못 보고 바로 자더니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는 자기 방에만 있고 아이랑 놀아주지도 않네. 난 지금 설거지며 빨래며 할 일이 많아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데 애기가 나만 붙들고 있잖아. 자기 일찍오면 아이랑 좀 놀아줘야 하는거 아냐?"
이 소리에 B씨는 순간 화가 납니다. 가급적이면 일찍 들어와 아이랑 자주 놀아줬고, 주말에도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말이죠.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오랜만에 방에서 혼자 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걸 놓치지 않고 아내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자신의 노력을 너무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엄마 다리를 잡고 떼를 쓰고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도 화가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B씨는 이렇게 아내에게 외칩니다. "나 일찍 올 때마다 아이랑 많이 놀아줬거든? 근데 자기는 왜 그걸 안 알아주냐고?" 그러자 아내에게서 금새 바로 이렇게 날아옵니다. "언제? 언제 아이랑 그렇게 많이 놀아줬는데? 난 기억이 없는데?"
어린 아이를 둔 아빠시라면 이와 같은 상황 낯설지 않으시죠? 저도 종종 겪는 상황이랍니다. ^^; 요즘 젊은 아빠들은 여러모로 힘이 듭니다. 직장에서 일 잘하고 돈 잘 벌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집에서도 좋은 아빠로 인정받아야 하니까요. 좋은 아빠가 되는 길, 이거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것보다 결코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아빠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아빠라는 증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증거를 가지고 난 이미 좋은 아빠라고 생색내는 거, 이제 가장 중요합니다. ^.^ 회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자신의 성과를 잘 어필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가정에서도 좋은 아빠로 인정받으려면 '생색내기' 이게 필수입니다. 그럼 좋은 '아빠 인증서'는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범인을 추궁할 때 현장 사진이 있으면 확실하잖아요. 그걸 역으로 이용하면 됩니다. 행복한 아이의 사진을 당당하게 증거물로 제출하고 난 이미 '좋은 아빠' 라고 생색을 내 봅시다.
사진으로 좋은 아빠 생색내기
좋은 아빠 생색내기 방법 중에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가장 효과가 큰 것이 바로 '사진' 입니다. 우리 나라 관광객들을 두고 여행가서 사진만 찍고 실제 풍경은 제대로 못 보고 온다는 말을 합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자기 눈으로 제대로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여행 사진 작가라면 어떨까요? 사진 작가는 그 장소에서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사진을 얻기 위해 꼼꼼히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에, 평범한 관광객보다 그 장소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아이 사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 아빠가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더 잘 기억합니다.
아이가 언제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울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뭘 해야 아이가 좋아하는지 훨씬 더 잘 알게 됩니다. 물론 그냥 막 찍는 게 아니라 내 아이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고 사진으로 남기려는 아빠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 그럼 사진으로 좋은 아빠 생색내는 법 소개 들어갑니다.
1. 아이 사진을 잘 찍는 법
아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카메라를 쓰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DSLR급 카메라가 있으면 좋긴 합니다. 아이들은 계속 움직여서 일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DSLR 카메라에 밝은 렌즈를 물려 사용하면 플래시 없이도 흔들림 없이 또렷하게 아이 사진을 찍을 수 있거든요. 주변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어 아이 얼굴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 흐림(아웃포커싱)도 DSLR을 쓰면 쉽게 쓸 수 있고요. 하지만 비싼 DSLR 카메라 없이도 아이 사진 충분히 잘 찍어줄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아빠라면 거의 다 쓰고 계시는 스마트폰에 이미 훌륭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으니까요. 스마트폰 카메라들 성능 무척 좋습니다. 스마트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아이 사진을 찍어 주기에 최고의 카메라죠. 휴대성 면에서는 DSLR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죠.
스마트폰 카메라 앱을 이용해서 아이 사진을 찍어 보아요~
카메라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럼 아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뭐가 가장 중요할까요?
자주, 많~이 찍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돌아다니고, 순간 순간 표정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찍고 봐야 합니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자주 자주 사진을 찍어줄 때 좋은 사진이 나온답니다. 아이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은 카메라 장비나 사진 기술보다도 아이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모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호작용, 즉 아빠의 관심과 시간의 공유입니다.
자, 이제 아이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아이 사진을 많이 찍어준 것만으로 좋은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죠. 찍은 사진을 가지고 활용을 잘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평소에 사진 선별을 잘 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2. 사진 선별하기
사진을 많이 찍은 날은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그 날 바로 PC에 옮기고 선별 작업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바로 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귀찮아지고, 선별 작업을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잘 나온 사진을 다시 보기도 힘들고, 사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도 어려워 집니다. 카메라 구입할 때 딸려온 사진관리용 번들 프로그램이나 Adobe Lightroom 같은 사진 관리 툴을 이용해서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별도의 폴더에 따로 보관해 둡시다. 저는 왠만큼 잘 나온 사진은 별 3개,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별 5개 식으로 별점 평가를 해둡니다.
Adobe Photoshop Lightroom 사용하여 사진 선별
이제 사진 선별도 끝나고 준비가 됐으니 본격적으로 아이 사진을 활용해서 '좋은 아빠 생색내기' 시작해 볼까요?
3. 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보자
돌잔치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돌잔치 당일 날 보여줄 성장 동영상이죠. 제가 여러 돌잔치에 가보니 돈을 주고 전문 업체에 맡겨서 제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성장 동영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Muvee S/W를 사용하여 사진으로 성장동영상을 쉽게 제작
전문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쓸 줄 몰라도 Microsoft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받을수 있는 Photo Story3나 Windows live 무비메이커, Muvee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직접 찍은 아기 사진들로 성장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돌잔치 날 오신 손님들께 성장 동영상 아기 아빠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아내 친구, 친척들에게 널리 좋은 아빠 이미지 팍팍 심어주게 됩니다. ^^
아기 사진으로 직접 만든 돌잔치 성장 동영상 샘플입니다.
4. 만화를 만들어 보아요
스마트폰 사진 앱들을 살펴보면 사진을 가지고 프레임을 쉽게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앱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런 앱들을 이용하면 아이 사진으로 만화(포토툰)도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말풍선에 재미난 대사도 써놓고 만화로 만들어서 주위에 보여줘 보세요. 자상한 아빠라고 주위에서 얘기 많이 할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커서 자신이 등장하는 만화를 보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요?
5. 블로그를 만들어보자
아기가 태어나면서 제 아내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육아일기를 썼는데요. 아내가 쓴 육아일기에 제가 찍은 아기 사진으로 육아일기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일기 작성일에 맞게 그 당시 찍은 사진을 올려 놓으니 나중에 다시 볼 때 그 때의 감흥이 더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나중에 우리 아기가 크고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블로그를 보여주렵니다.
6. 사진 책을 만들어보자
보통 아기 사진을 앨범 형태로 많이 만드시는데, 그런 앨범들은 사진을 많이 담지를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기 사진도 많이 넣고, 엄마가 쓴 육아일기도 담고, 일반 책 같은 느낌을 주려고 A4 크기의 책 형태로 만들어 봤어요. 한 권당 약 100페이지, 사진은 110여장 정도를 넣을 수가 있었습니다. 일반 앨범에 비해서는 사진을 훨씬 더 많이 넣을 수 있지만, 제가 찍은 사진들이 워낙 많고, 그 중에 고르고 고른 사진들도 무척 많아서, 아기 태어나고 1년 동안의 사진을 2권의 책으로 제작을 했습니다.
이 포토북을 만들면서 우리 아기가 저희 부부에게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었는지 다시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사진 정리하고, 글 옮기느라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책 만들고 나니 정말 뿌듯했지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포토북은 한 가정의 소중한 기록이죠.
아이 사진으로 동영상도 만들고, 포토툰도 만들고, 블로그, 포토북도 만들면서 좋은 아빠 생색내기를 해봤는데요. 이런 것들을 만들어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아니면 보여줄 데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래서는 들인 노력에 비해 생색내기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요~^^; 사진으로 좀 더 생색을 내려면 좀 더 효과적인 생색내기 방법이 필요한데요. 이제 SNS를 써야 할 때가 왔네요.
7. SNS를 이용해 봅시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해 봅시다. 저는 페이스북에 주로 사진을 올리는데요.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좋아요' 도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기 때문에 사진 올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진을 계속 찍는 동기 부여가 되죠. 많은 사람들이 아이 사진을 좋아해주니 아이 엄마도 행복해하죠.
포토북 만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바로 멋진 아빠가 됩니다. ^^
저는 페이스북에 주로 아기 사진만 주로 많이 올리는데, 제가 올린 아기 사진에 페이스북 친구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많이 달아줘서 SNS 영향력을 평가하는 Klout 서비스에서 photography 부문 specialist 타이틀을 달았답니다 ^.^v
지금까지 제가 사용하는 사진으로 '좋은 아빠 생색내기'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이런 생색내기에는 한 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좋은 아빠 생색 내기의 부작용
'좋은 아빠 생색내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습니다.한 번 좋은 아빠 이미지로 생색을 냈으면 이후에도 계속 좋은 아빠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좋은 아빠 이미지에 맞는 사진을 계속 올리려면 가족 여행도 자주 가고 아이와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관심어린 눈으로 아이를 지켜보고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이러니 생색 내기를 하다 보면 진짜 좋은 아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부작용입니다. 제가 본 심리학 책에 사람은 자기가 선언한 대로 행동하고, 그 말처럼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생색내기는 더 좋은 아빠로 만들어 줍니다.
생색 내기의 부작용 맘에 드시나요? ^^
* Social LG전자 웹(http://social.lge.co.kr) 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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