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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책

보지 말고 관찰하라 <FBI 행동의 심리학 >

by 지평(地平) 2010. 11. 21.


  이 책의 마케팅 포인트는 확연하다. <FBI 행동의 심리학> 이라는 제목과 '말보다 정직한 7가지 몸의 단서' 라는 부제도 모자라서, 띠지에는 '상대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속마음 꿰뚫는 법' 이라고 까지 적혀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읽고 상대의 거짓말을 궤뚫어 보라는 거다. 이만하면 대단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책 내용을 읽어보면 이 책의 저자는 한 가지 행동만으로 거짓을 판별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몇 가지 행동이 이상하다고 거짓말로 판단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뭐야? 이거 출판사가 또 낚은거야?  

번역서의 제목을 지은 이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를 낚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의 원저자는 우리를 낚지 않았다.

나는 번역서를 볼 때 항상 그 책의 원제목을 확인한다.
<What Every Body is Saying> 직역하면 '모든 몸이 말해주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이 제목에서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상대의 속마음과 거짓말을 꿰뚫는 법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몸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행동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얼굴로부터 시작해서, 팔, 손, 다리, 몸까지 우리 몸의 각 부분들이 우리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준다. 말이 아닌 몸으로 나타나는 개인의 심리적 표현,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안내서이다.

우리가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 몸의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게 되면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순간을 포착하거나, 협상에서 상대의 의중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용도로도 쓰일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 비언어적인 표현을 보는 눈이 뜨인다면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가 더 좋아지는 정말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주변인들의 불편한 감정을
행동에서 캐치하여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 준다면 
배우자와의 관계도 더욱 애뜻해지고,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눈' 이 뜨여야 하겠다.

매일 같이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평소에 그 사람의 행동이 말하는 의미를 읽지 못한다.
視而不見(시이불견), 聽而不聞(청이불문) 노자가 한 유명한 문구가 떠오른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보지 말고 관찰하라"  

상대를 대놓고 관찰하라는 말이 아니고, 행동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몸이 말해주는 의미를 이해하고
사소한 행동이 주는 의미까지 읽어낼 수 있는 따뜻한 '눈'을 만들어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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