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상이 실재를 초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도발적이다. 맨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가상이 실재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클라우드를 예시로 든다.

클라우드가 이데아의 세계라는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만약 어느 날 모든 클라우드가 작동을 멈춘다고 상상해보자. 실제로 변한 것은 없이, 외견상 세계는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서버가 다운되는 순간 실재는 마치 이데아의 빛을 잃은 동굴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실재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자는 바로 가상이기 때문이다. p24

클라우드 서버가 일시에 작동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서버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유통, 금융, 운송을 비롯한 서비스들이 마비되고 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클라우드 위 세계가 구름 아래 실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회 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도 가상이 지배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말 때문에 정치인이 구설수를 겪거나 직장인이 해고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유명 장소를 찾아다니고 여행을 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수백만의 팔로워 또는 구독자를 가진 인스타그램, 유튜버 인플루언서는 엄청난 돈을 벌기도 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가상 자아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상 자아가 중요해진 이유는 뭘까? 실재의 나를 대신해 가상 자아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현실의 나보다 가상 자아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현대인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가상 자아를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가상 자아는 사회적 삶과 관계의 필수적인 기반이 되었으며, 가상 자아가 생략된 관계는 점점 어색한 것이 된다. p54

가상 자아는 거짓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현실을 가상화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이고, 앞으로 가상 자아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에게 가상 자아라는 또 하나의 자아가 추가된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가상에서의 ‘세컨드 라이프’가 실재의 ‘퍼스트 라이프’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성급한 주장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소셜미디어가 AR, VR과 결합되며 가상의 세계는 더 넓어지고, 더 리얼해지고,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 가상 자아로 사는 삶은 더 확대될 것이다. 이제는 가상이 허구가 아님을 인정하고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상은 허구가 아니다. 가상은 현실이다.

(이 글은 성장판 독서모임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썼으며. 서평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