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신세계]/책

내부고발자가 들려주는 경영학의 거짓된 신화

by 지평(地平) 2010. 8. 31.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선망의 대상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는 거였다. 맥킨지 같은 회사가 학교 내에서 취업설명회를 하면 학생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곤 했었다. 그리고 그 인기만큼 선발 기준도 까다로와서 학점 좋고, 영어도 잘하는 최고 엘리트여야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고, 실제로 우리 과에서도 학점 제일 좋은 여학생이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던 걸로 기억이 난다.


  <위험한 경영학> 이 책을 읽고 나니 컨설팅 회사들에 왜 최고의 인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왜냐?  어리숙한 대기업들을 상대로 갖은 수법으로 수십~수백만 달러의 돈을 뜯어내려면 그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보면 내부 고발자라 할 수 있는데, 잘나가던 컨설팅 회사의 일원이었던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화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는 경영학의 주요 개념들의 허구성과 컨설팅 업체들이 저지르는 사기극의 전모를 밝혀준다. 109p의 '컨설턴트가 고래를 사냥하는 법' 장에서는 컨설턴트가 기업들의 돈을 갈취하는 방법을 5단계로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경영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학적 경영', '인간중심 경영', '전략적 경영' 같은 대표적인 경영학 이론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러한 경영학의 성경과도 같은 이론들이 실제로는 조작된 데이타를 기반으로 성립된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노동자와 기업이 공생하는 바람직한 목표 보다는 기업가들의 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론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영학 대가들의 거짓 신화를 읽어나가면서, 경영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위대하게 평가되는 인물들이나 이론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과장되고 거짓으로 꾸며진 것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분야의 대가로 떠 받들여 지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과 조작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권위에 압도되지 않는 비판적 안목을 갖추는 것이 전문가가 넘치는 정보 홍수의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