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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3.0 시대의 가면, 프로필 NFT (PFP NFT)

by 지평(地平) 2022. 2. 16.
유유출판사의 <우리말 어감 사전>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비슷한 뜻 같지만 서로 다른 두 단어의 어감과 그에 맞는 사용법을 알려줘서 대화나 글쓰기를 할 때 보다 적확한 표현을 쓸 수 있게 도와준다. 제목에 ‘사전’이 들어가 있어 단어의 뜻만 알려주는 딱딱한 책이 아닐까 짐작할 수도 있는데, 단어마다 스토리텔링이 곁들여 있어 상식도 늘리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면과 복면은 어떻게 다를까?
 
 ‘가면'은 얼굴을 가리는 도구이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다는 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억압되었던 욕망의 고삐를 푸는 행위다. 정체를 감춤으로써 숨은 욕망을 해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면은 변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신이나 망자의 혼령을 나타내는 가면을 쓰고 초자연적인 존재나 샤먼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가면의 주술적인 힘을 빌려 액을 막거나 악귀를 쫒아내거나 비를 내리게 하는 제의를 치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무용이나 연극에서도 온갖 가면이 사용되어 온 것에도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숨어 있다.
 
 복면은 얼굴을 감추기 위한 물건이라는 점에서 가면과 유사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가면’은 얼굴을 묘사하여 만든 형상물인데 비해,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된 물건을 가리킬 뿐 별개의 형상물이 아니다. 가면은 특정한 표정과 인상을 가진 독립된 조형물이지만, 복면은 벗는 순간 그냥 천조각일 뿐이다. 
 
 
<우리말 어감 사전>에서 설명한 가면과 복면의 차이에 의하면 모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 가왕'은 의미상에서는 잘못된 표현이다. 의미상으로는 ‘가면 가왕’이 맞는 표현이지만 ‘복면 가왕'이 주는 말소리의 느낌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가면이 정체를 감춤으로써 숨은 욕망을 해방하고,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요즘 크립토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프로필 이미지 NFT(PFP NFT)가 떠올랐다. PFP 는 Picture for Profile의 약자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NFT 이미지를 말한다.
 
 
 
 
웹 3.0 시대가 오면서 프로필 NFT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실(real world)에서의 얼굴을 감추고 프로필 NFT라는 가면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존재로 변신하여 가상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프로필 사진을 넘어서서 가상의 옷 NFT, 가상의 가방 NFT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세상이 곧 올 것이다.
 
블록체인에 정보가 기록되어 모든 것이 투명해지는 웹 3.0과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 NFT의 미래가 있다. 일시적인 붐이 아니라 큰 흐름으로서 NFT 시장의 성장을 확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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