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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세계]/기부 나눔 문화

트위터는 어떻게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했는가?

by 지평(地平) 2010. 1. 18.
< 굿네이버스 홈페이지 긴급구호 포스터 일부>


  아이티 지진 참사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아이티 구호를 위한 후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진행되고 있고, 안젤리나 졸리 같은 유명 인사들이 100만불씩 거금을 후원하고 있죠. 국내에서의 후원 모금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트위터를 통한 후원 모금 활동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트위터 홍보와 웹 홈페이지를 통한 후원 모금을 통해 굿네이버스는 하루만에 1억을 모았죠. 워낙 피해가 큰 사태이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어서기도 하지만, 모금 하루 만에 1억을 넘게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평상시 기부를 주저하는 심리적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트위터를 통한 모금 활동이 이런 심리적 요인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트위터를 통한 모금 활동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살펴보기 전에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볼까요?


첫째,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1987년 미국 텍사스에서 제시카 매클루라는 한 소녀가 마른 마른 우물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녀는 이틀 반 동안의 사투 끝에 구조되었는데, 그 사이에 CNN이 전 세계의 수백만 시청자들에게 구조 과정을 생중계했습니다. 그러자 각지에서 성금이 답지하여, 지금 제시카는 1백만 달러짜리 신용 기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당연히 성금도 받지 못한 어린이들이 이틀 반 동안 6만 7천 5백 명이 (유엔아동기금 통계에 근거해서) 죽어갔죠. 돈만 있었으면 살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제시카의 경우에는 아무리 많은 돈이 들더라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는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이 현상은 '인식 가능 희생자 효과(identifiable victim effect)'로 설명되는데, 다시 말해 우리는 '통계적인 생명'을 구하기보다 우리 눈에 보이는 희생자를 구하는 쪽에 훨씬 더 열중합니다. 인식할 수 있는 대상자가 우리에게 그토록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갖기 때문입니다. 감성 체계(affective system)와 숙고 체계(deliberative system)가 그 두 가지인데, 감성체계는 이미지와 서사를 다루며, 그것들을 빠르게 처리하여 직관적 감상을 도출하고, 그 감상은 즉각적인 행동을 유발합니다.
  숙고체계는 감성보다 이성에 관련되면, 이미지와 서사가 아니라 말, 숫자, 추상적 개념을 다루는데, 그 처리 과정은 의식적이며,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동작합니다. 그 결과 숙고 체계는 감성 체계보다 처리에 시간이 좀 더 걸리며,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지는 못합니다.
 

  불우한 개인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체계를 작동시켜서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 냅니다. 하지만 말이나 숫자와 관련된 추상적인 사실은 숙고체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부에 관해 일관된 견해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조차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 잊혀지기 쉽습니다.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 몇 십만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신문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는 도우려는 마음이 바로 생기지 않는 것이죠.


둘째,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기부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서 청소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싶은 사람은 없죠. 마찬가지로, 불우한 사람을 도우려는 우리의 의지는 우리가 공정한 몫보다 더 많이 돕고 있다고 생각하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불우한 사람을 보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졌던 사람도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돕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도우려던 마음을 접을 수가 있는 것이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거둔다고 합시다. 자신은 여유가 없는 소득에서 얼마를 떼내어 성금을 내려고 하다가도
훨씬 더 잘 사는 이웃집에서는 성금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알게되면,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도 돕지 않는데 왜 나만 도와야 하지?' 이런 생각에 내려던 성금 액수를 줄이거나 아예 내지 않게 됩니다.
 

셋째, 헛수고가 된다고 생각되면 도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르완다의 난민촌에 수천 명의 난민이 있다는 말을 하고, 그 중 1천 5백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성금을 보낼 용의가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을 하며 연구자들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람의 총 숫자를 이리저리 바꿔 말했 주었는데, 이 총 숫자가 달라짐에 따라 질문 받은 사람들의 기부 의사가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난민의 총 숫자를 3천 명이라고 했을 때에는 적극적인 기부 의사를 보였으나, 난민의 총 숫자를 1만 명이라고 했을 때에슨 기부 의사를 보인 사람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대체로 위험에 처했다는 사람 중 구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수록 성금을 보내오는 사람의 수도 줄었다고 합니다. 난민의 대부분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일을 "쓸모없다" 고 여기는 것이죠.
 
  구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수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보통 1천 명 중 20퍼센트를 구하는 것보다
1백 명 중 80퍼센트를 구하는 일에 나서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서 2백 명보다 80명을 구하기를 택하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고와 행동 패턴을 '무익성 사고(futility thinking)'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기부한대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바닷물처럼 많고, 결국 그들을 도우려는 일은 헛수고일 따름 일테니 돕지 않겠다는 사고를 말합니다.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위의 세 가지 말고도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분들을 보거나 제 자신을 돌이켜 볼 때 이 세 가지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말미에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위터를 통한 모금 활동은 어떻게 이런 심리적 요인의 장벽을 뛰어 넘고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요?



첫째, 트위터는 직접 가보지 않아도 눈으로 보게 해줍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트윗으로 전해주는 분들 덕분에 트위터는 우리가 굳이 관련 기사를 찾지 않아도 현장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접하게 해줍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이라면 위의 두 동영상을 보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위의 동영상을 보신 분이라면 아이티 지진 참사 구호에 자신도 참여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둘째, 트위터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해줌으로써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결해 줍니다.

트위터를 통해 아이티 긴급구호 온라인 모금을 진행한 굿네이버스는 하루만에 1억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는데, 이러한 성과에는 후원에 참여한 사람의 수와 금액을 실시간으로 트위팅 해준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후원 현황 트윗을 통해 '나 말고도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알게 해 줌으로써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공정성에 대한 의심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한다' 입니다.

우리가 공정성에 대해 생각하느라 남들이 하지 않는 선행을 베풀기를 주저한다면,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이미 모두들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선행을 베풀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준거 집단', 즉 자신이 속해 있다고 인식하는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누군가의 성금 액수는 다른 사람들이 내고 있다고 믿는 액수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전화 모금을 할 때 직전에 기부한 사람의 기부 액수를 알려 주면 대다수가 보통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다고 합니다. (축의금이나 장례식 부조금 낼 때도 비슷하죠? 남들이 다 얼마씩 내면 따라가잖아요 ^^)

  이런 기부의 특성 때문에 피터 싱어와 같은 기부 문화 연구자들은 기부 액수에 대해 더 공개적이 되도록 권고하고, 기부 활동에 대해 남들에게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와 아름다운 재단이 트위터를 통해 벌인 '1원의 행복, 트윗 나눔' 이벤트는 기부자의 이런 심리 특성을 좋은 쪽으로 잘 이용한 케이스라 볼 수 있습니다.


기부금액을 공개하고, 트위터 사진에 붙는 트위본을 통해 기부자의 기부활동을 공개함으로써 그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이 나눔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눔 문화에 있어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함으로써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트위터는 우리의 후원이 실제 어떻게 도움으로 연결되는지 바로 알려줌으로써 도움이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후원 행사들은 후원금을 내고도, 내가 낸 돈으로 실제 어떻게 불우한 사람을 도와주는지,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무익성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도와줘도 달라지는 것이 안보인다고 말이죠.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특성으로 인해 이런 문제점을 크게 덜어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실시간으로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구호 활동 상황을 전달해 줌으로써, 후원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고 본래의 목적대로 잘 쓰이고 있구나하고 알게 해주기 때문이죠.

   이상, 트위터를 통해 달라지고 있는 나눔 문화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눔 행사에 대한 경험도 짧고 실제로 생각해 본 것도 얼마되지 않지만, 트위터를 통한 후원/나눔 행사가 나눔 문화 확산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하고, 이런 좋은 목적으로 트위터가 앞으로도 더 많이 활용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아이티 지진 참사 구호 후원 활동에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
이 글에 인용된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들' 은  피터 싱어의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The Life You Can Save)'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기부 문화에 대한 필독서로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관련글:   우리는 왜 기부를 하지 않을까? -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리뷰            
                아이티 지진 참사 구호를 위한 후원 참여 방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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