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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책

워렌 버핏에게 배우는 인생 투자법

by 지평(地平) 2010. 9. 6.

  최근에 번역서를 읽으면서 번역서의 한국어 제목과  영어 원제목과의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다.  요즘은 원제목 보다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고 마케팅적으로 뛰어난 한국어 제목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런데 가끔은 번역서의 한국어 제목이 마케팅을 의식해서인지 원제목과 크게 다른 책들이 보이는데, 이럴 경우 책 제목만 믿고 구입해서 읽어봤다가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마디로 '낚였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워렌 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 이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뭔가 워렌 버핏의 주식 투자 방법을 세세하게 분석해서 가르쳐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이 책을 사는 독자들은 워렌 버핏만의 고유한 주식 투자 법에 대한 향연을 듣고자 이 책을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보면 책 내용이 제목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책 내용 중에 워렌 버핏의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주식투자 콘서트라는 제목은 이 책에서 워렌 버핏이 말해주는 소중한 지혜들을 전부 포괄하지 못하는 작명인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는 <Back to school : Questions & Answers Session with Business Students by Warren Buffett >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워렌 버핏이 대학에서 경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학생들의 질문이 다양하고 워렌 버핏의 답변 또한 거기에 맞게 폭넓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삶의 조건까지 다양한 주제의 내용들이 강연에서 워렌 버핏이 했던 말 그대로 담겨 있다. 책 제목에 낚여서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은 오히려 운이 좋다. 워렌 버핏의 주식 투자법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의 주식 투자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 챕터들의 제목들만 모아 놓으면 워렌 버핏의 투자법이 된다.

1. 주식을 사는 이유에 대해 답하라
2.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라
3. 투자 대상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하라
4.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는 기업을 골라라.
5. 투자 철학이 모든 걸 결정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주식을 좀 해 본 분들이라면 위의 말들 중에 대부분은 많이 들어본 이야기 일 것이다.
내용면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마지막 5번, 투자 철학이 워렌 버핏을 남들과 다르게 만들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옮겨 본다.

나는 항상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졸업한 후 구멍을 20개만 뚫을 수 있는 펀치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해줍니다. 확실하게 투자할 곳을 정할 때마다 구멍 하나를 뚫는 거예요. 평생 훌륭한 투자 아이디어가 20개나 떠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5개, 3개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숫자만큼 점점 부자가 될 거예요. 하지만 매일 하나씩 구멍을 뚫으면 부자가 될 수 없어요. 사실 여러분은 무제한의 펀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매분, 매시간마다 마음을 바꿔도 전혀 문제될 게 없죠. 그 효용성과 유동성은 거꾸로 사람들에게 저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으로 주식을 한 종목, 두 종목씩 사나가면서 투자 금액의 전부를 다 쓸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워렌 버핏은 확실한 투자처를 발견할 때에만 투자하라고 말한다. 확신도 없으면서 대충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는 돈을 잃는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투자 찬스가 왔을 때에는 현금이 없어 뛰어 들지 못하고 구경만 하게 되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밝힌 현명한 투자의 조건이 있다.

Rule No.1 Never lose money. (절대 돈을 잃지 마라.)

Rule No.2 Never forget Rule No 1. (규칙 1을 절대 잊지 마라.)

확신도 없는 투자로 돈을 잃지 말고, 전 인생에 있어 몇 번의 기회만 있다고 생각하고 확실한 투자처가 있을 때에만 투자를 한다면 워렌 버핏은 돈을 벌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워렌 버핏은 자기의 거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여 놀라움과 존경을 받는 인물인데,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돈이 사회에서 온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방글라데시나 페루 한 가운데에 데려다 놓는다면 나는 단 한 푼의 가치도 없을 거에요. 나는 특정 경제 체제에 적합한 재능을 갖고 있거든요. 나는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어요. 내가 원했던 삶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런 내가 사회에 혜택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할 겁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돈을 어디에 투자할 지에 대한 전문가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투자할 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을 살면서 뚜렷한 방향 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살아가기 보다, 워렌 버핏의 조언처럼 단 몇 개의 구멍만 뚫려 있는 펀치카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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