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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책

다 읽어도 감흥은 없는 11가지 가치 이야기

by 지평(地平) 2010. 8. 31.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 이 책은 책 제목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인생에 있어 가져가야할 11가지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희망', '배려', 용기', '사랑', '관용', 집념', 책임감', '믿음', '양심', '자신감', '여유' 모두 11가치의 소제목하에 각 파트마다 위의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배려> , <경청> 같은 책들이 인기를 끄는 추세에 맞춰, 의도적으로 기획된 책 같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책들은 그 내용이 정말 기발하지 않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저자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은 것들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을 몇 가지 뽑고, 거기에 맞는 에피소드들을 적당히 수집해서 편집한 책처럼 느껴졌다. 에피소드들의 적합성도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의심이 되었다. p62 '다른 사람의 노력과 재능을 인정할 줄 아는 것도 배려다' 에서는 헨리 포드와 발전기를 고친 전기 전문가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헨리포드가 잠깐 동안의 수리 시간에 대한 1만달러의 수리비용을 청구한 전기 전문가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다가, 1만달러의 수리 비용은 전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라는 전기 전문가의 말에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이후 헨리포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다른 사람이 흘린 땀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에 읽은 <위험한 경영학>에서는 헨리 포드에 대해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험한 경영학> 93p에서 인용  


노동의 비인간화는 헨리 포드가 창시한 컨베이어 생산 라인 방식의 대량 생산 체제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포드는 테일러에 대해 (그리고 컨설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테일러를 모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포드는 "보통의 노동자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자리를 원한다" 라고 단언했다. 그는 모델 T를 만드는데 필요한 7,882개 작업 중에서 2,637개는 다리가 하나만 있는 사람도 할 수 있고, 670개는 다리가 없는 사람도, 715개는 손이 하나만 있는 사람도, 2개는 두 손 모두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두 손이 있는 노동자를 채용할 때, 머리 있는 사람을 채용할 이유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위험한 경영학>에서 묘사된 헨리포드를 보면 다른 사람이 흘린 땀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과는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만에 하나 <위험한 경영학>에서 언급된 헨리포드의 말은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 전의 일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헨리 포드가 했던 말들을 보면, 이런 인물이 한 번의 에피소드로 완전 바뀌는거 무리가 아닐까 싶다.  


  나는 헨리포드의 인간성에 대한 진실여부에 대해 이 책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가 헨리포드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헨리포드가 '배려'라는 가치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충분히 검토하였는지 여부다. 단순히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 감동적일 법한 에피소드들을 수집하고, 적당히 배치한 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가치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읽어보면 납득은 다 간다. 하지만 왠지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 가슴에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가 좋지 않은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이 책은 각 장의 끝에 Tip 이라고 작은 박스 안에 글을 싣고 있는데, 앞에 나온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과 맞지 않는 생뚱맞은 내용들이 가끔 등장해서 맥을 끊는 것 같다.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 부분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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