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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그나이트 (Ignite)는 '짝'이다? (1)



Ignite은 15초에 한 장씩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로 발표하는 행사입니다. 

발표 시간이 5분으로 짧기 때문에 한 번의 이벤트에 많은 발표자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년에 Ignite Seoul 2012년 행사를 가서 보고 나오면서 왠지 Ignite이 '짝' 프로와 같은 단체 미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노트에 메모했던 내용을 뒤늦게 정리해 올립니다.


1. 잘난 척하지 마라. 


단체 미팅자리에서 대놓고 자기 자랑하는 사람 재수 없죠? '짝'에서도 너무 자기 돈자랑 하고 그런 사람은 비호감으로 찍히잖아요. 그런데 Ignite 발표자 분들 중에서 자기 자랑을 너무 노골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홍보도 간접적으로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해야 먹히지 않을까요.


2. 어필 시간이 짧으니 메시지는 명확하게


'짝'에서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짧은 시간에 기억에 남도록 자기 소개를 해야하죠. Ignite은 보통 10명이 넘는 사람이 발표를 하죠.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단순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3. 해 본 사람이 더 잘한다.


미팅도 많이 해 본 사람이 더 잘합니다. Ignite 참가자 분들 중에서 전에 한 번 발표를 해보셨던 분들은 확실히 잘 하시더군요. 처음 참가하시는 분들 중에는 5분 시간을 제대로 맞추시는 분이 드물었는데, 전에 참가해 보셨던 분들은 시간도 잘 맞추고, 내용의 완급조절도 잘 하시더라구요.


Ignite 은 5분 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얼핏보면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은 포맷입니다. Ignite이라는 포맷에 대한 연구와 실제 발표 연습이 필요합니다. 리허설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 같은 발표자가 너무 많더군요. 그냥 대충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해서는 실제 발표에서 넘어가는 슬라이드를 못 따라갈 확률이 높습니다.


4. 자기 홍보의 자리로 여기지 마라


소개팅이나 단체미팅 자리에서 자기 사업 홍보하면 듣는 사람 화 나겠어요? 안 나겠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알리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더군요. 특히 마케팅 쪽 일하시는 분들! 

Ignite을 개인 PR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홍보 기회로 노리고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는 이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세요.


5. 호응을 기대하고 미리 각본을 짜오지 마라


단체 미팅 자리에서 분위기 한 번 띄우보겠다고 개그를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썰렁해지죠? 그런데 그 때 반응 없다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발표에 탁월하신 분들이 아니면 발표 중에 관객으로부터 기대한 만큼의 호응을 받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질문을 했을 때 관객이 대답을 딱~딱 해줄 것으로 미리 가정하지 마세요. 아니면 호응하기 쉽게 설계를 치밀하게 하시고, 미리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라도 리허설을 하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6.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크다


미팅자리에 나갈 때 미리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지고 나가면 대부분 실망하게 되죠? 남들 커플 될 때 맘에 드는 사람 없다고 불평만 하고 올 가능성이 높아지죠. Ignite 행사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보니 솔직히 발표의 수준이 들쑥날쑥 인 것 같아요. 검증된 발표자들이 나오는 TED 수준을 생각하시면 Ignite 에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너무 자기 취향이 강하면 짝 만나기 힘들어요. open된 마음으로 눈 높이를 낮추면 인사이트를 주는 발표들을 더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7. 자기 하는 일을 나열하지 마라


미팅 자리에서 줄창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만 계속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일들을 해서 뭐 어쩌겠다는 거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이것 저것 많은 일을 한다고 늘어 놓지 말고, 하나라도 왜 그걸 하는지 그 의미를 먼저 공감하게 하는게 필요합니다.   



8. 중요한 건 사람이다


미팅 자리에서 아무리 말을 잘해도 그 사람 자체가 인간적인 매력이 없으면 선택을 받지 못하죠. Ignite 에서도 발표자가 매력있는 사람으로 보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 단상에 딱 섰을 때, 그리고 처음 한 마디를 말했을 때 이미 그 발표에 대한 몰입도는 어느 정도 결정 나는 것 같아요. 발표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표자 본인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고난 외모는 어쩔 수 없더라도 표정이나 자신감 있는 자세, 제스쳐는 연습으로 좋아질 수 있는 거니까요.




Ignite 포맷의 어려움에 대해서


저는 Ignite에서 직접 발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발표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구요. 

다른 발표 자리에서 발표 분량 조절을 잘 못해서 10분 발표하라고 하면 15분을 넘기기가 일쑤였구요. 

그래서 그런지 Ignite의 5분이라는 시간 제약이 크게 다가오더군요. 


일반 발표에서는 비교적 시간이 충분하고 중간 중간 pause를 넣으면서 발표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청중과 상호작용을 하며 호응을 이끌어낼 시간도 충분하고, 클라이막스 이후에 쉬는 시간을 두어 관객이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죠. 그런데 Ignite은 15초마다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넘어가다 보니 그럴 여유를 만들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청중에게 질문을 던져도 답변이 오기 전에 슬라이드가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 비슷한 강도의 슬라이드들이 쉼없이 바뀌면 청중은 어디가 중요한 부분인지 알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한 가지 방법은 의도적으로 내용의 밀도를 줄여 pause를 만드는 것입니다. 15초마다 내용 블럭 하나씩은 세워져야 하니 의도적으로 가느다란 블럭을 내밀어 빈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할 말은 많은데 발표 시간은 5분으로 짧고, 내용을 꽉꽉 채워 전달하고 싶은데, 내용을 덜라니요. 발표 초심자들이 정말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Ignite이 발표 초심자보다는 오히려 고수들을 위한 포맷이 아닐까 합니다. 짧은 시간 속에서 강약을 만들고 리듬을 만드는 것은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Ignite은 시간도 막 넘기고, 중간에 말도 막 잘리면서 조금은 풋풋하게 하는게 이 포맷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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