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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이 효과가 없는 이유 - 김연수 산문 <소설가의 일> (8)

‘세계적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조언 41개’
‘스티븐 킹의 창의적인 글쓰기 팁 10가지’
’글쓰기의 대가들로부터 배우는 5가지 글쓰기 팁’
‘좋은 글을 쓰기 위한 4가지 조언’

최근 몇 달 동안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글이 눈에 많이 띈다. 큐레이션 사이트들에도 글쓰기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트래픽을 쫓는 큐레이션 사이트에 글쓰기에 관한 글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다. 글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정말 저런 조언들을 읽고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소설가가 되는 법

‘이렇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라고 알려주는 글을 나는 참 많이 읽었다. 글쓰기 방법에 관한 글이라면 일단 스크랩을 해두곤 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눈에 띌 때마다 읽어왔지만, 나의 글쓰기 수준은 좀처럼 변화가 없다. 대체 왜 그런 걸까? 글쓰기에 관한 글들이 다 가짜여서 그럴까?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에서 나는 그 해답을 찾았다.

재능이라는 소설기계는 소설을 만들지 않는다. 소설기계 역시 소설가의 죄책감이나 꺼림칙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기계다.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죄책감이 없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p23)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 (p104)

나는 소설가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타고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 못한다고 당연하게 결론 지었다. 소설이 아닌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위한 타고난 재능이 나에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글을 잘 쓰는 방법 O가지’류의 글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니 대가들의 조언에서 뭔가를 배워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재능이 있어야 소설가가 되어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조언의 글이 효과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소비하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열심히 찾아 읽으면서 정작 글을 쓰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p19)

글을 못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키보드 자판을 앞에 두고 버틴 시간이 나에게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의 소설 쓰기 11계명

김연수 작가는 재능에 대해서는 그만 떠들라면서 헨리 밀러의 11계명을 소개한다. 헨리 밀러가 1932년 자신의 첫 소설인 <북회귀선>을 쓰면서 창안한 11계명이다.

헨리 밀러의 소설 쓰기 11계명

  1. 한 번에 하나씩 일해서 끝까지 쓰라.

  2.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검은 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마라. (검은 봄은 헨리 밀러의 두 번째 소설)

  3. 안달복달하지 마라. 지금 손에 잡은 게 무엇이든지 침착하게, 기쁘게, 저돌적으로 일하라.

  4.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서 작업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써라!

  5. 새로 뭘 만들지 못할 때도 일은 할 수 있다.

  6. 새 비료를 뿌리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7. 늘 인간답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곳에 다니고, 내킨다면 술도 마셔라.

  8. 짐수레 말이 되지 마라! 일할 때는 오직 즐거움 만이 느껴져야 한다.

  9. 그러고 싶다면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몰입하라. 점점 좁혀라. 거부하라

  10. 쓰고 싶은 책들을 잊어라. 지금 쓰고 있는 책만을 생각하라.

  11.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 다음에.

글쓰기는 다른 욕구와의 싸움이다. 헨리 밀러 같은 작가도 첫 번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11계명이 필요했다.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면 내 인생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높이자.

다른 일의 비중을 줄이고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리자. 다른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글쓰기도 잘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에만 집중하자.

생각하지 말자. 일단 쓰자.

대가들의 글쓰기 조언을 읽어도 나의 글쓰기 실력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글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말들이 소용이 없을 뿐이다.

어떤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다.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실제 문자로 써보기 전까지는 어떤 구상이나 생각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무리 멋진 소재를 안다고 해도,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험을 경험했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는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해도, 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각하지 말자. 구상하지 말자. 플롯을 짜지 말자. 캐릭터를 만들지 말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자. (p199)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을 쓰자. 일단 쓰자.
쓰고나서 생각하자. 그리고 고쳐 쓰자.

* 본 글의 인용문은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S. 위 글에서는 <소설가의 일> 책의 일부분만 인용했는데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소개를 드립니다.

  • 김연수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는지
  • 일단 쓴 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 소설의 플롯,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는지
  • 소설의 문장은 다른 글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의 문장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독자가 소설 속 주인공을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 소설의 본질은 무엇인지

소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설의 문장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론을 딱딱하게 다룬 책은 아니고요. 김연수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다양하게 들어 있고, 글에 유머도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는 책에 제가 줄 친 부분이 많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판단하는데, <소설가의 일>은 줄쳐진 페이지가 너무 많네요. 이 책 하나만 가지고도 블로그 글 여러 편 쓸 수 있겠어요. 소설이나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할만한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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