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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득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설득 관련 책들 속에서 좀 더 센 제목으로 일단 승부한다. 원제목이 Extreme Persuasion 이고 번역서 제목이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인데, 책 제목에서부터 기존의 설득 관련 책들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은 '책 제목에 낚였다'였지만, '극한의 카피'로 '찰나의 구매'를 이끌어 낸 이 책의 제목에는 정말 감탄하는 바이다.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설득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독자의 관심을 낚아채는데에는 정말 탁월하다. 책의 앞부분에서 기존의 설득과는 다르면서, 한 순간에 상대방을 넘어오게 만드는 설득법이 있다고 슬쩍 던져주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고의 설득 천재는 아기라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기 이야기를 재밌게 듣고나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 사기꾼들이야말로 설득의 귀재라며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그런데, 책 중반이 넘어가도록 '찰나의 설득'을 가능하게 하는 그 필살기는 과연 어떻게 하는건지에 대해서 전혀 일언반구가 없다. 설득에 관련된 심리학의 이런저런 실험들을 나열하는데, 사실 심리학 책들을 어느 정도 읽은 나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심리학에 관심 없었던 독자들에게는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일 것이다. 책의 2/3 지점에 가서야 이 책의 핵심인 반전기술(Flipnosis)에 대해 나오고, 반전기술이 어떻게 기존의 설득법과는 달리 상대방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제법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다. 반전기술을 써서 한순간에 기가 막히게 설득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사이코패스들이 설득의 천재라는 것은 알려주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하면 반전기술을 써서 설득의 귀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마지막 20여 페이지가 남을 때까지도 그 방법에 대해, 실전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나오지 않아 책을 읽으면서 조금 황당했다. 내가 알고 싶은건 사이코패스 같은 작자들이 설득을 얼마나 잘하는 지가 아니라 내가 설득을 잘하고 싶은 방법이란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찰나의 설득을 가능케 하는 극한의 설득방법이 있다는 전제 아래 여러 사례를 모으고, 사이코패스들을 통해 힌트를 얻었지만, 평범한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저자도 그런 능력을 갖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저자는 친절하게 방법까지 다 설명해 줬는데 나만 그 방법이 불친절해서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한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반전기술'을 단번에 구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나를 포함하여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주려면, 이 책의 후반부에 좀 더 구체적인 안내와 연습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 난 뒤 '용두사미'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혹하게 만드는 제목만큼은 만족시켜주지 못했지만, 이 책의 장점도 있다. 설득에 관련된 심리학 실험들을 이 책만큼 집대성해서 모아 놓은 책들도 없다. '반전기술'에 대한 분량이 부족하다보니, 책의 볼륨을 늘리기 위해 저자가 이런저런 유명한 심리학 실험들을 하나씩 다 언급해 놨기 때문이다. 설득 관련 심리학 실험에 대한 책으로 보면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쓸만한 책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 낚인 나를 원망하며 책 내용에 실망도 했지만 별 4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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