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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연애심리학

누구나 한 번 쯤은 나쁜 남자에 빠진다

by 지평(地平) 2014. 7. 21.

요즘은 ‘좋은 오빠’ 보다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나쁜 남자 지침서>,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와 같은 책들이 팔리고, 인터넷 상에서 인기 있는 연애스킬 코칭 블로그에서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심리를 말하고, 나쁜 남자의 스타일을 분석하여 ’나쁜 남자’ 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나쁜 남자는 모두 잘 생겼다?

나쁜 남자’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쁜 남자’를 이렇게 정의한 곳이 있네요.

나쁜 남자 = 까칠하지만 나를 좋아해주는 돈 많거나 미남인 남자

(출처 : 엔하위키 미러 ‘나쁜 남자’)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요?

나쁜 남자가 드라마 속의 남자 주인공처럼 다 잘생겨서 일까요?

주변의 여자분들에게 들어보면 잘 생기지 않았어도 나쁜 남자 스타일로 인기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세련된 스타일과 자신감을 인기의 요소로 말하는 블로그 글도 있더군요. 물론, 출중한 외모, 재력, 세련된 스타일을 가졌다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런 특성 만으로 여자들이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나쁜 남자’는 고유한 행동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 패턴이 상대로 하여금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죠.
‘나쁜 남자’에 빠지는 현상에는 심리학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은 여자분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남자분들은 ‘나쁜 남자’를 ‘나쁜 여자’로 바꾸어 읽어주세요. )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강화'

먼저 문제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정답 바로 찾으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RPG 게임 좀 해보셨군요!” :)

위 문제에서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아이템을 얻습니다. 플레이어는 아이템이라는 보상으로 인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행동을 더 자주하게 되죠. 학습이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강화(Reinforcement)라고 말합니다.

강화(Reinforcement) : 결과에 기인한 행동 강도의 증가

이 때 행동을 증가시키게 만드는 결과물, 즉 보상을 강화물이라고 부릅니다. 위 문제에서는 ‘아이템’이 강화물인거죠.

만약 몬스터를 때려잡을 때마다 아이템을 준다면, 이를 연속 강화라고 합니다. 연속 강화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 강화를 주는 경우는 흔치 않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간헐적으로 강화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 우리가 하는 게임에서도 몬스터를 잡을 때마나 아이템을 주지는 않죠. 위 문제에서 처럼 보통 어떤 규칙에 따라서 아이템이 나오게 되는데 이와 같이 강화가 주어지는 방식을 강화계획이라고 부릅니다.

  • 고정간격 계획 (FI : Fixed Interval schedule) : 정해진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일어나는 학습된 행동에 대해 강화가 주어짐. 예) 시험공부(중간고사)
  • 변동간격 계획 (VI : Variavle Interval schedule) : 강화를 받지 못하는 시간 간격의 길이가 어떤 평균을 중심으로 변화함. 예) 쪽지시험
  • 고정비율 계획 (FR : Fixed Ratio schedule) : 반응이 정해진 수만큼 일어난 뒤에 강화가 주어짐. 예) 삯일
  • 변동비율 계획 (VR : Variable Ratio schedule) 고정된 개수의 반응 뒤에 강화를 하는 대신에, 요구되는 반응의 개수를 어떤 평균을 중심으로 변화시킴. 예)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영업사원, 카지노 도박

특정 행동을 높은 빈도로 하게 만들려면, 어떤 강화계획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몬스터 때려잡기’ 문제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플레이어로 하여금 가장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게 만드는 조건은 4)번입니다.

강화계획 별로 정해진 기간에 일어나는 반응(행동)의 수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순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1]

FI(고정간격) < VI(변동간격) < FR(고정비율) < VR(변동비율)

출처 : An Introduction to Operant (Instrumental) Conditioning

강화를 통해 원하는 반응을 가장 많이 얻어내기 위해서는 변동비율 계획(VR)을 써야하는 거죠. 게임 제작자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활발하게 플레이를 하기 원합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의 아이템 드랍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동비율 계획을 따릅니다.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변동비율 계획의 대표적인 사례는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영업사원이 있습니다. 영업사원은 물건을 하나 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지만 무언가를 팔려는 노력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화물인 수수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영업 활동의 횟수는 매번 바뀝니다. 변동비율 계획을 따르는거죠. 그런데 영업사원에게 고정된 월급을 준다고 해봅시다. 물건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상관없이 정해진 날자에 동일한 액수의 월급을 받는다면 영업사원이 영업활동에 들이는 노력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열심히 영업활동을 시키기 위해 수수료를 주는 변동비율 계획을 쓰는 것입니다.

변동비율 계획을 따르는 또 다른 예는 카지노 도박입니다. 슬롯머신과 같은 카지노 도박은 한 번 돈을 따기 위해 필요한 도박 행위의 횟수가 계속 바뀝니다. 한 번에 돈을 딸 수도 있지만, 수십 번을 해도 못 딸 수도 있죠. 카지노 도박은 변동비율 계획에 따라 고객이 돈을 따는 타이밍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고객은 자신은 운이 좋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도박 행위에 빠지게 됩니다.

연애는 ‘강화’의 연쇄 작용

연애에 있어서도 ‘강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연애 초기 남자는 여자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밥이나 술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여자가 웃으면서 좋아하거나 애정 표현을 한다면, 여자의 행동이 남자에게 강화물로 작용합니다.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한 행동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애정 표현을 했을 때, 남자가 기뻐하고 계속 잘해주면 그것이 다시 여자에게 강화물로 작용하게 됩니다. 연애란 남녀 서로가 상대방이 자신에게 해주는 행동에 대해 애정어린 반응으로 강화를 해주는 관계입니다.

스윙댄스 동호회와 같이 여자가 많은 환경에서 인기가 높은 여자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춤출 때 파트너가 된 남자에게 잘 웃어주고, 재밌었다고 얘기해주죠. 파트너가 되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잘 표현합니다. 파트너 남자에게 강화를 시켜주는 거죠. 이런 여자분들이 금방 커플이 됩니다.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란 상대의 행동에 적절한 리액션으로 강화를 잘 시켜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오빠' VS '나쁜 남자'

여자들에게 무작정 잘해주는 ‘좋은 오빠’는 왜 연애 상대로 매력이 없을까요?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면 나는 ‘강화’를 받고,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좋은 오빠’들은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알아서 그냥 막 잘해주는 겁니다. 그냥 놔둬도 알아서 잘해주는데, 내가 굳이 그 사람에게 뭔가를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게임을 하는데 아이템이 그냥 막 떨어진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힘들게 몬스터를 잡을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게 됩니다.

’좋은 오빠’는 상대의 행동과 관계없이 보상을 먼저 주기 떼문에 ‘강화’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상대가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는 거죠.

그러면 ‘나쁜 남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나쁜 남자들은 보통의 남자들과 달리 여자에게 먼저 친절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여자들이 자신에게 뭔가를 해줘야 가끔씩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완전 랜덤하죠. 여자에게 잘해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완전 자기 멋대로입니다.

‘나쁜 남자’는 변동비율 계획에 따라 여자에게 강화를 해줍니다.

변동비율 계획의 사례로 카지노 도박이 있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나쁜 남자는 마치 카지노의 슬로머신과 같은 방식을 씁니다. 나쁜 남자는 관계 초기에 여자의 행동에 대해 강화를 주는 빈도를 높게 가져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강화를 주는 비율을 낮추죠. 이제 여자가 나쁜 남자와의 관계에서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관계가 점점 더 고통스럽게 되죠. 하지만 여자는 만남 초기에 남자가 높은 빈도로 자신에게 잘 해 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좀 더 노력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자는 내가 그 남자에게 잘해주는 만큼 어떤 보상(애정 표현, 연애의 진전 등)이 오기를 기대하지만 나쁜 남자는 그렇게 반응해 주지 않죠. 여자 입장에서는 내가 얼만큼 잘해야 보상을 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에게 더 열중하게 됩니다.

나쁜 남자는 카지노 노박장의 슬롯머신과 같습니다.

불규칙적이고 낮은 확률의 보상을 통해 관계에서 자신이 항상 더 이득을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상대가 계속 하게끔 만듭니다.

나쁜 남자에 빠지는 이유

카지노에 가서 도박을 한다고 모든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고 합니다. [2]

  • 대박(잭팟)이 있었거나 '거의 성공'(슬롯이 거의 일치할 듯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실패로 배열되는 경우)을 더 많이 경험
  • 도박 외에 다른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대안적 강화물이 없었을 경우

카지노 회사들은 거의 성공’을 더 많이 경험할 수록 도박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잘 알고 있고, 이런 이유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슬롯머신은 '거의 성공'의 확률을 꾸준히 높이는 방식으로 재프로그래밍 되었습니다. [3]

나쁜 남자도 같은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제 거의 사귀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상대에게 자주 안겨줍니다. 하지만 그런후에 리셋버튼을 누른 것처럼 관계를 다시 초기상태로 만들어 버리죠.

매우 잘생긴 남자가 먼저 사귀자고 한다던지(대박), 별다른 노력을 안 했는데 멋진 남자와 사귈 뻔 한 일을 경험하게 되면(거의 성공), 나중에 그 사람이 처음과 달리 자신에게 잘해주지 않아도 벗어나기 힘들게 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 사람이 될 것 같기 때문이죠.

나쁜 남자에 빠져서 헤어나기 힘든 이유는 ‘희망 고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나쁜 남자에 잘 빠지는 사람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나쁜 남자를 만났을 때 초기 경험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나쁜 남자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누구나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 걸려들 수 있습니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너무 자신만만해 하지 마세요. :)

나쁜 남자를 피하는 ‘선구안’을 키워라

‘나쁜 남자’가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현빈과 같은 드라마속 주인공의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현실과는 다르다는거 모두 아시잖아요.

나쁜 남자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변동비율 강화계획)과 희망 고문(거의 성공)을 통해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면서, 관계에서 항상 자신이 더 이득을 취합니다.

나쁜 남자는 도박과 같습니다.
노력하면 잘 될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버리세요.

바람직한 인간 관계는 서로의 행동에 일관성있게 반응해주는 신뢰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은 이렇게 반응해 줄 것이다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맞을 때 그 사람을 믿고 만날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부하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상사들이 있습니다. 당장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신뢰를 잃고 말 것입니다.

나쁜 남자, 누구나 한 번 쯤은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쁜 남자를 만난다면 그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나쁜 남자에 빠지는 것은 도박 중독과 같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죠.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입니다. 나쁜 남자를 한 번 경험했다면, 그 다음엔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쁜 남자라는 나쁜 공을 골라 내어 피할 수 있는 선구안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1]<학습과 행동> p222, Paul Chance 지음, 김문수 박소현 옮김, 시그마프레스

[2] <학습과 행동> p314, Paul Chance 지음, 김문수 박소현 옮김, 시그마프레스

[3] <습관의 힘> p364,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갤리온

Social LG전자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마인드와칭 연애심리학' 두 번째 글입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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