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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영화

< 겨울왕국 > 엘사의 let it go 노래 가사에 숨겨진 의미 해석

by 지평(地平) 2014. 2. 3.


요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원제:Frozen)>이 화제죠? 멋진 음악과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정말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과연 흥행할만한 작품이더군요.

영화를 보고 와서 밤새 겨울왕국의 OST를 찾아 들었는데요. 타이틀 곡인 Let it go를 반복해서 듣고, 가사를 찾아 읽어 보니 <겨울왕국>의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왕국>은 단순히 세상을 얼려버릴 수 있는 마법소녀가 나오는 동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

먼저 엘사가 <Let it go> 노래를 부르는 부분 영상을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다시 봐도 정말 감동이지요? 그럼 가사의 의미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한국어 번역은 국내 상영된 자막판의 번역을 옮겨 왔습니다. 따라서 영어 직역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요.)

< Let it go >

The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산 속의 눈이 하얗게 빛나네
Not a footprint to be seen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네
A kingdom of isolation and it looks like I'm the queen
내가 이 고독한 왕국의 여왕이 된 것 같아
The wind is howling like this swirling storm inside
내 가슴 속의 폭풍처럼 바람도 마구 울부짖네

엘사는 무도회장에서 동생 안나와의 다툼 중에 실수로 주변을 얼려버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켜버리고, 산속으로 도망쳐 나옵니다. 아무도 없는 새하얀 산 속에서 고독한 왕국의 여왕처럼 서 있지만, 마음 속은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엘사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다음에 나오는 가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Couldn't keep it in, Heaven knows I've tried
감출 수가 없었어 정말 노력했는데...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내색해서는 안돼 드러내서는 안돼'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 돼'
Well, now they know
그런데 이젠 모두 알아버렸네

엘사는 어린 시절 자신의 마법의 힘에 의해 동생을 다치게 하는 일을 겪고, 아버지로부터 다시는 마법의 힘을 쓰거나 남들에게 보여져서는 안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방에 갇혀 그렇게 친했던 동생과도 만나지 못하게 되죠. 남 앞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엘사는 스스로를 괴물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 그녀에게 주어진 규칙들이 변화될 기회를 잃고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엄청난 위력으로 엘사를 억압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힘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죠.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
'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 돼'

엘사는 이런 내면의 규칙을 가지고 스스로를 언제나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힘들게 살았던 거죠.

'착한 아이'였던 엘사가 불행했던 이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보면 사람의 성격에는 3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원초아(Id) 성격의 기초가 되는 기본 욕구와 충동을 대표, 본능적 요소이며, 근원적인 생물학적 충동(식욕, 성욕 등)을 저장하고 있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쾌락 원리를 따른다.

자아(Ego) 자아는 현실의 원리에 따른다. 성격의 의사결정 요소로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는 원초아와 외부 세계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초자아(Superego) 부모의 가치를 내면화한 정신요소. 아동기때 부모의 영향을 통해 내면화하게 된 자신에 대한 기대(ex. 이렇게 살기를 바란다) 및 사회적 규범과 도덕(선악, 옳고 그름, 좋고 나쁨에 대한 기준)에 따른 판단.

이 중 초자아는 개인의 도덕성, 행동 원칙을 결정하는 요소로 어린 시절 부모의 처벌과 명령, 자녀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게 됩니다. 우리는 원초아와 초자아의 영향 사이에서 자아가 균형을 잡고 현실에 맞게 의사 결정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원초아와 초자아 중 어느 하나의 영향이 너무 클 경우에는 자아가 힘을 잃어버리고 너무 강한 그 힘에 압도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초자아는 적절하게 작용할 경우에는 개인의 도덕성,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시키는 바람직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엄격한 부모, 지나치게 자녀의 삶에 간섭하는 부모에 의해 초자아가 형성될 경우에는 자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듭니다. 나이를 먹어도 너무나 단단한 초자아의 벽에 갖혀 얼어붙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로 계속 남게 되는 거죠.

엘사는 '마법'을 쓰는 남과 다른 존재가 아닌 '착한 아이'로 보여져야 한다는 강력한 초자아의 명령 속에서 이 영화의 제목 Frozen 처럼 얼어붙어 있던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엘사와 같이 '착한 아이'로 키워지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놀라운 재능이 있어도 그것이 공부를 잘 하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금지시키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 살 것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자신은 왜 공부를 못해서 부모에게 '착한 아이'로 인정받을 수 없나 괴로워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운좋게 시험을 잘보는 머리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도 돈 잘버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대학 학과에 들어가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좋은 직장 들어가서 월급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살라고 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 공부에 매달리게 됩니다. 우리가 엘사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들 대부분도 부모와 사회의 '기대'에 의해 고통받으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엘사,'초자아'의 성에서 뛰쳐나오다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Can't hold it back anymore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어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Turn away and slam the door
돌아서서 문을 닫아버려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이젠 상관 없어 그들이 뭐라고 얘기하든!
Let the storm rage on
눈보라여, 휘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추위 따윈 겁낸 적 없으니까...

이 장면은 그동안 그녀를 가두고 억압했던 '초자아'의 성에서 뛰쳐 나온 엘사가 드디어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Let it go의 의미가 여기서 중요한데요.

영영사전의 뜻을 참고하면 '잊어버려', '더 이상 걱정하지마' 이므로 더빙판의 '다 잊어!'도 적절한 번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숨게 만들고 힘들게 했던 초자아의 명령을 다 잊겠다고 외치고 있는거죠. 이제는 자신들의 기대에 맞추지 않을 때 보내는 타인들의 차가운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죠.

부모의 기대를 벗어나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엘사와 같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대를 무시하고 차가운 시선 따위는 견딜 수 있는 배짱을 가져야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그 동안 남들에게 너무 맞춰서 사느라 힘들었다면, 이 단계에서는 스스로의 뜻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해져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까지 무시하게 되기도 합니다. 엘사처럼 아에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
멀리서 보면 모든 게 너무나 작게 보이네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한때 날 지배했던 두려움도
can't get to me at all
이제 날 괴롭힐 수 없어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이제 내 능력을 찾아내야지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한계를 뛰어넘는 거야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옳고 그름 따위 원칙 따위 필요없어
I'm free
난 자유야!

그 전까지는 그렇게 엄청나게 커보였던 문제들이 이제는 작아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두려움이 현재의 나를 제약하지 못합니다. 사회가 정한 규칙, 타인이 강요하는 원칙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이 정한 규칙대로 자유롭게 살 것을 다짐합니다. 이제는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준 '초자아'가 아닌 자기 내면의 기준에 따르는 '초자아'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드디어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되는 거죠.

후반부 가사에서는  엘사가 새로운 각오를  마음속에 단단히 새기면서, 절대로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바람도 하늘도 내 편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You'll never see me cry
다신 울지 않을 거야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나 여기 발을 딛고 이곳에 머물리라
Let the storm rage on
눈보라여, 몰아쳐라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내 마법의 힘이 공중을 휘돌아 땅을 뒤덮네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내 차가운 영혼이 얼음 기둥이 되어 날 에워싸네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얼음처럼 단단한 각오를 이 마음에 새기리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다신 안 돌아갈 거야,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아침 해처럼 나 솟아오르리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That perfect girl is gone
그 완벽한 소녀는 이제 사라졌네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나 여기서 살리라 이 눈부신 세상에!
Let the storm rage on
눈보라여, 휘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이제 추위 따윈 두렵지 않아


Let it go 노래를 3줄로 요약하면?

Let it go 노래가 전달하는 의미는 아래 세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That perfect girl is gone
그 완벽한 소녀는 이제 사라졌네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이제 추위 따윈 두렵지 않아

부모의 기대, 사회가 강제하는 기준 따위는 다 잊고
그들이 원하는 '완벽한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합니다.
차가운 시선 따위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겨울왕국>은 '자아의 성장과정'을 보여줍니다.
타인에게 '완벽한 아이'로 보여지기를 포기하는 순간, 진정한 나 자신의 삶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엘사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였던 거죠.

그럼 여기서 엘사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겨울왕국>도 Let it go 노래에서 끝나지 않잖아요 ^^;

'착한 아이'를 벗어난 단계에서 그친다면 자칫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지만, 관심의 범위가 자신의 행복에 관련된 것에만에 국한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얼음 성에서 행복하지만, 얼어붙은 왕국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는 엘사와 같은 상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찾고난 다음에는 타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발전해야 합니다. '자기애'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죠. <겨울왕국>은 이런 과정까지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얼음 덩어리가 된 안나가 엘사의 '진정한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고,  얼어붙었던 왕국도 다시 원래 모습을 찾게 되죠.

그런데 이렇게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완벽한 아이', '착한 아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가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착한 아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도 정말 오래걸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 중에도 정말 힘겨운 일들이 많았죠. 그래서 let it go 이 노래가 제게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는가 봅니다.


글을 마치며

<겨울왕국>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그저 공주가 왕자 만나 행복하게 사는 그저 흔한 스토리가 아니라 let it go 노래가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삶의 보편적인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거 아니냐구요? ^_^

마지막으로 제 글을 다 읽으셨으면 풀 수 있는 복습용 문제 출제 하나 하고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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