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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책

알바를 보는 다른 시선, <알바에게 주는 지침>

by 지평(地平) 2012. 7. 18.

<알바에게 주는 지침> 이 책은 '알바가 알아야 할 11가지 진실'이라는 챕터로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나서서 일하지 말라', '시간 약속 지키지 마라', '짱 박힌 곳을 찾아라', '주인의 약점을 잡아라', '네 물건인 양 여겨라' 같은 지침들입니다. 책 앞부분을 읽으면서 '뭐야, 이 책! 알바하면서 농땡이 피우고 주인 속이라는 거야?' 이런 생각에 약간의 반감까지 느껴졌습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이라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알바들한테 요령을 가르치는 책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풍자라면서 비꼬는 듯한 저자의 말투도 마음에 안 들었구요.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의도가 점점 잡혔습니다. 저자는 알바비 제때 주고 알바를 존중하는 착한 알바 주인에게는 절대 해코지를 말라고 합니다. 알바의 돈을 떼어먹고, 시간 외로 조금이라도 더 일을 시키려고 하고, 빵꾸가 난 돈을 알바에게 뜯어 메꾸려는 쥐 새끼 같은 나쁜 주인에게는 응징을 가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진상부리는 나쁜 손놈과 손년은 반드시 응징하고 착한 손님은 반드시 대접하라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협력의 진화> 책이 생각 났습니다. <협력의 진화> 책을 보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최고의 전략은 '먼저 협력하되, 상대방이 배신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응징한다' 입니다. 응징하지 않고 상대방의 배신에 가만히 있으면, 배신을 일삼는 인간들은 계속 더 배신을 하면서 희생자를 만들어 나가고 됩니다. 그렇지만 배신을 할 때 반드시 응징을 하면, 배신을 일삼던 이들도 어쩔 수 없이 협력을 하게 되고 사회가 점점 협력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됩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에서 저자가 말하는 지침은 결국 착한 알바 주인을 늘려 행복한 알바를 늘리고, 결국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지침인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전단지 알바, 패스트푸드점 알바, 주유소 알바, 배달 알바, 편의점 알바,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알바에 대해서 그 진실을 밝힙니다. 각각의 알바에서 주인들이 어떤 방식을 알바들을 등쳐서 돈을 버는지, 거기에 대처하기 위한 알바들의 행동 지침을 알려줍니다. 알바를 하면서도 알바의 본질을 생각을 하면서 하라고 합니다. 착취적인 알바 시스템에서 생각없이 일하다보면 나이를 먹어도 계속 알바의 챗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각종 알바들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보여주는 걸 읽다보면 알바로 연명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청년층들이 한 없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알바는 나이 든 세대가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착취 구조의 완결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청년기는 평생 먹고 살아가기 위해 직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처럼 소중한 청년기를 허비하며 학비를 벌기 위해서, 또는 생존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알바를 해야한다.

문제는 그 알바의 대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알바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알바 본연의 속성인 본업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장년기가 되어도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 있다.


<알바에게 주는 지침>, 257p


그럼 해결책은 없는가? 저자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알바비를 높이는 겁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6개월 동안 내내 알바를 해야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금 현실을 벗어나려면, 학교를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알바를 해도 학비를 마련할 수 있게끔 알바비가 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 째 방법은 사회적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알바비를 세 배 높일 수 없다면 청년기에 지출되는 비용을 낮추어주는 것입니다. 대학등록금, 교통비, 통신비 등을 알바로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낮추는 것입니다. 알바 문제는 단순이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들이 알바에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희망없는 청년층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결국에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도 불행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알바 문제가 자본주의 사회의 최약자 층의 문제이면서,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 사회가 가진 문제의 밑바닥,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바에 매인 청년층의 삶을 바꾸지 않고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다른 분들도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학교 선생님들이 우선적으로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알바의 본질을 알게했으면 합니다. 학교 교실에도 비치를 하고 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별점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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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에게 주는 지침

저자
이남석 지음
출판사
평사리 | 2012-06-2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세상의 모든 알바들을 위한 안내서!세상을 따뜻하게 사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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